국제해킹대회 데프콘 CTF23 우승 주역 A씨가 지난해 산업기능요원(병역특례) 규정이 바뀐 탓에 군에 입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언더그라운드 해커를 발굴해 ‘화이트햇 센터’를 운영해온 B보안 회사는 예기치 못한 전력 손실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병무청은 지난해 병역특례 편성 기준을 특성화고 위주로 변경했다. 병역특례는 산업기능요원(학사 이상), 전문연구원(석사 이상)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는 지난해 산업기능요원을 특성화고 위주로 인원을 편성했다. 문제는 특성화고 출신이 아니면서 석사 학위를 받지 않은 A씨 같은 인력이다. 일반고에서 뛰어난 해킹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입학한 후 B사 화이트햇 센터에서 근무했다.
대학을 졸업하는 A씨는 병역특례 전문연구원이 되려면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학업에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병역특례를 위해 대학원에 입학해야 한다. A씨를 비롯해 해커들은 학력에 크게 매달리지 않는다.
A씨는 “대학보다 기업에서 실제 취약점 분석과 모의 해킹 기술을 습득했다”며 “꾸준히 전문성을 키우려고 병역 특례를 알아봤지만 대학원 진학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A씨를 발굴한 B기업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B사는 일반 고교생과 대학생 중 남다른 실력을 보이는 화이트 해커를 발굴해 양성해왔다. 이 회사 화이트햇 센터는 평균 10여명 해커가 연구분석과 교육 활동을 해왔다. 이 센터는 고졸이나 대학 재학생 등에서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유명 해커로 키웠다. 국내서 보기 드물게 화이트 해커를 지원하는 기업이다.
B기업 대표는 “지금까지 화이트햇 센터를 운영해본 결과 해커들은 일반 직원과 달리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연구활동을 해야 우수한 성과를 낸다”며 “해커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병역특례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데프콘 CTF 우승의 주역인 A씨 등 해커들은 20대 초중반이 황금기”라며 “뛰어난 해커의 연구활동이 중단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