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시행된 이후 주요 게임사들이 이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는 올해 말까지 데이터를 수집한 후 보다 보강된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모처럼 시작한 자율규제를 계기로 업계가 게임 부작용 논란에 주도권을 쥐고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1일 넥슨, 넷마블게임즈,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7·8월 두 달에 걸쳐 자사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대부분에 확률형 아이템 구간별 당첨 비율을 공개했다. ‘최고 등급 아이템은 1~10% 확률로 얻을 수 있다’고 공지하는 식이다.
넷마블게임즈는 게임 공식카페를 통해 이를 공개한다. 넥슨과 컴투스는 게임 내 공지나 확률보기 버튼을 통해 아이템 확률을 알려준다.
컴투스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게임에서 버튼 하나로 확률을 알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게임도 등장했다. 마지못해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선 것이다.
넥슨은 모바일게임 ‘피파온라인3M’에서 개별 카드 획득 비율을 고지한다. 레드사하라는 모바일게임 ‘불멸의 전사’에서 아예 확률형 아이템을 팔지 않는 서버를 운영 중이다. 넥슨 역시 7월 출시한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2’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아예 빼버렸다.
확률형 아이템에 따른 매출 감소 등 부작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게임사 관계자는 “이용자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아이템 확률을 공개했지만 기획단계에서 확률형아이템 적용이 보수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개 부담이 있는 확률형 아이템 대신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모델(BM)을 설계한다는 것이다.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도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K-iDEA)협회는 최근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 양쪽에 걸쳐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가이드라인 지키지 않는 경우를 발견해 자율규제를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성곤 K-iDEA 사무국장은 “100%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달 동안 대부분 업체들이 자율규제에 참여하며 고무적 분위기”라며 “모니터링하며 쌓은 자료를 토대로 연말이나 내년 초 공개 토론회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가 논란이 이는 사안에 스스로 자정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 획득 비율 공개가 처음이다. 때문에 자율규제 실효를 높일 수 있는 견고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미 국회에는 전체 게임을 대상으로 개별 아이템의 구체적 확률을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는 “자율규제가 시작된 마당에 업계가 정부에 앞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며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사별로 확률형 아이템 남용에 대한 사회적 걱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불식시키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