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고질적 공공정보화 문제, 분할발주가 해법…일부 과제 해결돼야

공공정보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려면 사업 설계와 구축을 나눠 발주하는 분할발주를 법·제도적으로 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설계와 구축을 분할해 발주하지 않는 정보화 사업에 대해 예산 배정을 제한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책연구소는 최근 공공정보화 사업 발주자 자문회의를 열고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심기보 KAIST 교수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주최한 공공정보화 사업 발주자 자문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심기보 KAIST 교수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주최한 공공정보화 사업 발주자 자문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설계·개발 분할 발주 의무화 추진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공공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요청서(RFP) 상세화 등 수·발주제도 개선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실한 기획설계에 따른 모호한 RFP 작성과 잦은 과업변경, 부당한 하도급 등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해법으로 최근 거론되고 있는 것이 설계와 구축을 나눠 발주하는 분할발주다. 분석·설계·개발·테스트를 일괄 발주하던 형태에서 분석·설계와 개발·테스트를 분리하는 것이다. 심기보 KAIST 교수는 “분할발주를 실시하면 기존 요건정의 수준을 상세화해 요구사항과 구축개발 성과물 간 오차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할 방법은 분석과 기본설계를 1단계 요구사업으로, 상세설계를 포함한 개발 전체 대상을 2단계 개발사업으로 한다. 요구사업으로 요건정의와 분석서 기반 사용자환경(UI), 프로그램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조도 등을 도출한다. 개발사업에서는 기본설계 기반 상세 명세서 작성, 개발, 테스트를 진행한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에서 분할발주 효과성을 검증하고 있다. 공공 정보화 분할발주지침도 만든다. 관련 법 제·개정으로 제도화해 분할발주를 의무화한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1단계 요구사업을 하지 않으면 구축 사업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라며 “향후 관련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공정보화 예산 현실화가 관건

분할발주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적정한 정보화 예산 편성이다. 공공정보화 시장 문제 대부분은 예산 부족에서 기인한다. 분할발주를 실시하면 추가 예산이 발생할 수 있다. 논의되는 사업비 배분은 요구사업에 30%, 개발사업에 70%다. 현 수준의 낮은 사업비로는 두 사업 모두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기 어렵다.

공공정보화 예산 현실화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정보화 사업을 제거, 예산 운영 효율화도 모색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공공정보화 사업에 적절한 예산이 배정될 수 있도록 관련부처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정보화 사업 발주 담당 공무원의 낮은 전문성도 해결 과제다. 홍문표 행정자치부 서기관은 “공무원이 업무에 대한 방향성 제시와 요건정의를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영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장은 “공무원 순환보직 인사로 업무 전문성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설계 결과물이 실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요구됐다. 요구사업을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소장은 “발주 자체를 외부 전문가에 위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