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교육은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을 배우는 놀이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해커톤’ 대회를 개최하며 프로젝트 방식으로 코딩교육을 진행하는 곳이 있어 화제다.
‘코딩클럽(codingclubs.org)’은 지난해 설립된 비영리 교육단체다. 코딩클럽 설립자인 하은희 대표는 LG전자 신기술 발굴·투자팀에서 일한다. 하 대표를 비롯한 코딩클럽 구성원은 사실상 ‘재능기부’ 개념으로 컴퓨터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청년 교사 대부분이 컴퓨터 관련 학과 재학생, 졸업생, IT회사 직원, 컴퓨터 교사, 교수 등 현직자다.
하 대표 역시 개발자가 아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MBA를 마친 후 마이크로소프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사업 개발 분야에서 일했다. 기획·투자·금융이 주 업무였지만 신기술 개발과 관련해 개발자와 대화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코딩교육에 갈증을 느꼈다.
하 대표는 “직접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개발하지는 않아도 개발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 코딩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코딩 공부를 하려고보니 과거 십수년 전 학교에서 배우던 것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암기 방식으로 배워야 하는 교육방식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오프라인 모임 등에서 프로그램 언어를 독학했고, 주변 사람 몇 명과 함께 교육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MIT가 만든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를 통해 조카나 지인의 아이를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그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예체능이나 언어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하는 것처럼 프로그램 언어에 해당하는 코딩도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며 “다만 한 번에 한 사람의 교사가 수십명 아이를 대상으로 코딩부터 가르치는 것은 컴퓨터 교육에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의 열정과 철학에 공감한 사람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지난해 10월 커뮤니티 기반 코딩클럽이 만들어졌다. 구성원에게서는 실비 수준의 비용만 받는다.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하지만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학부모 자원봉사도 이어지고 있다.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 창업 관련 민간단체 후원도 힘을 보탰다.
실제로 코딩클럽은 6~8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하나의 모둠당 교사 두 명을 배치했다. 교사당 담당학생이 4명을 넘지 않도록 했다. 학생이 서로 교류·협동하며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를 교사가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공교육 현장에서 20~30명 학생을 한두 명의 교사가 방과후수업에서 단기 진행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하 대표는 지금도 온라인대중공개강좌(MOOC)를 통해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는 모임을 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강좌를 보고 오프라인 모임에서 보완할 점을 찾는다.
하 대표는 “현직에서 일하다 보면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서 해결할 기획, 설계 능력을 갖춘 개발자가 부족한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 아이들 대상 코딩 교육을 창의적 문제 해결방법으로 바꾸지 않으면 나중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