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막된 가운데 여야가 일제히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여 배경과 속내에 관심이 쏠렸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더욱 불거진 재벌개혁론이 법 개정 등으로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지난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재벌개혁이다. 김 대표는 “4대 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재벌 개혁론을 제기했다.
그는 “황제경영과 족벌세습경영, 후진적 지배구조에 따른 재벌 일가 갈등이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한다”며 “불법·편법적으로 부를 쌓는 재벌의 행위가 용납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재벌개혁론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어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가 재벌개혁을 꺼내든 것은 야당 동참을 끌어내 노동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진보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전통적인 야당 이슈에 보수 여당이 전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이다.
김 대표는 재벌개혁을 연설문에 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고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을 비롯한 경제통 참모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3일 대표연설에서 김무성 새누리 대표의 재벌개혁론에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재벌개혁 선행론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4대 개혁을 추진하지만, 재벌개혁부터 이행해야 한다”며 “재벌은 고도성장 결과이자 주역이지만, 최근 재벌과 대기업 행태는 경제 불안요소로 자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여당 대표가 재벌개혁 필요성을 피력한 것에 감동했다”며 “정기국회에서 손을 잡고 재벌개혁 성과를 내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재벌개혁론에 공감했지만 재벌개혁 방향과 방법론에서는 엇갈리고 있다. 여야는 대기업 순환출자 차단,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지배주주 및 경영자 책임성 확립 등에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리는 등 재벌개혁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도 3일 재벌개혁과 관련, 야당이 제기한 제 2 롯데월드 관련 특혜 문제나 재벌가 승계과정 논란 등까지도 포함해 따져보자는 요구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전날 자신이 대표연설에서 거론한 재벌개혁은 “원론적인 것을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기업이 재벌개혁론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도 정치권에는 부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우리나라 경제위기 현황과 재벌에 대한 오해’ 보고서에서 “최근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의 재벌개혁 주장은 고용·투자 창출 및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벌개혁론에 우려를 드러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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