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 차이나요? 요즘 젊은층은 그런 것 신경 안 써요. 예쁘고 가격대비 성능(가성비) 뛰어나면 선택하죠.”
5일 명동과 신촌, 종각 등 서울 대표 상권에서는 통신소비자의 욕구변화가 감지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폰이 신분의 표시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었다. 중국산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SK텔레콤이 지난 4일 출시한 스마트폰 ‘루나(LUNA)’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현상이 목격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위 ‘이름값’보다는 디자인과 가격을 더 중시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신촌과 명동 SK텔레콤 직영점을 둘러본 결과 4일과 5일 이틀 간 전체 판매량의 10~20% 정도를 루나가 차지했다. 갤럭시노트5나 아이폰6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의 인기는 아니었다. ‘대박’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작지 않은 판매량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젊은층이 구매를 했고 이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윤현로 T월드 아울렛 신촌점장은 “20~30대가 디자인이 예쁘다는 이유로 루나를 구입하고 있다”며 “예쁘기만 하면 ‘메이드인 차이나’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텔레콤 신촌 직영점주는 “스마트폰 기술을 잘 아는 20대가 주로 루나를 찾는다”며 “이들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을 잘 알고 찾아오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루나를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루나는 SK텔레콤과 국내 제조사 TG앤컴퍼니가 협력해 1년여 전부터 기획과 디자인을 진행하고 대만 폭스콘이 중국에서 생산한 스마트폰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생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추고도 출고가를 44만9900원으로 확 낮췄다. SK텔레콤 직원이 TG앤컴퍼니에 상주할 정도로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선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왔다’는 인식이 강하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넘어서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과제였는데, 출시 첫 주말에 의미있는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실용적인 소비패턴이 젊은층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종각역에 있는 한 SK텔레콤 직영점에서는 출시 첫 날 팔린 루나 다섯 대를 모두 40대 이상 고객이 구입했다. 명동 직영점 한 곳에서도 40대 남성이 출시 전부터 예약가입을 했다. 종각역 직영점장은 “오피스 상권이 밀집한 지역이어서 중년층이 루나를 많이 찾는다”며 “이들은 사전에 루나의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정보를 접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소록에 초성검색을 추가하고 LTE 음성통화(VoLTE) 기능을 넣는 등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두 회사가 1년 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향후 루나에 대한 고객 반응과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 모델 출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