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공지능(AI) 인재 잇따라 영입... 구글 따라잡기 나서

애플이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인공지능 한 분야인 머신러닝을 전공한 우수 인재 영입뿐 아니라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머신러닝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가 원할 것 같은 다음 행동을 예측하게 해 주는 기술로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애플 로고.
애플 로고.

애플이 최근 머신러닝을 포함한 인공지능 전문인력을 연이어 영입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8일 전했다. 인공지능 전문가만 최소 86명 이상 채용했다. 이와 함께 머신러닝 과정을 이수한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구인 작전을 펼치고 있다. 주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다른 경쟁사와 공동 연구개발(R&D)에 참여한 학생이 영입 대상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마케팅, 유통 등을 특화할 머신러닝 전문가도 채용 중이다.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인수에도 소매를 걷었다. 지난 2010년 음성인식 스타트업 시리를 인수한 데 이어 팟캐스트 앱 업체 스웰(Swell)과 소셜 미디어 분석 업체 톱시(Topsy), 개인 비서 앱 큐(Cue)도 인수했다.

오렌 잇지오니 인공지능 앨런연구소 최고경영자(CEO) 겸 워싱턴대학 교수는 “애플이 이제야 머신러닝 인력을 대폭 보강해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분야는 ‘시리(Siri)’다. 애플이 올린 구인 공고에는 대부분 ‘시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줄 소프트웨어(SW) 인력을 뽑는다고 나와 있다. 애플은 오는 9일 공개할 모바일 운용체계(OS) iOS9에도 지능형 알림(intelligent reminders) 기능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공지능 강자인 구글과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아이폰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이 사용자를 이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라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에 인수되기 전 시리에 투자했던 개리 모겐테일러 벤처캐피털리스트는 “4년여 전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인공지능 사업이 장밋빛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애플이 구글과 달리 개인정보보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공지능 영역에서 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애플은 지금까지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데이터를 제한적으로 분석해왔다. 이 회사는 경쟁사들이 하듯 수백만명 데이터를 접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로 보내는 대신 각 아이폰 이용자 사용 실태 데이터에만 의존했다. 시리는 사용자 정보를 최장 6개월만 저장하고 애플맵스(Apple Maps) 등 다른 서비스도 15분마다 정보가 갱신된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