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ICT 초연결지능망 발전전략’을 수립한 것은 지금이 국가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에서다. 곧 다가올 초연결사회에는 사람과 사물이 연결돼 네트워크 트래픽 폭증과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네트워크 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초연결시대 대비 네트워크 경쟁력 부족
네트워크 환경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PC·인터넷 시대에서 광대역융합망을 쓰는 모바일 시대를 지나 초연결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핵심인 초연결사회에는 초고화질(UHD) TV, 홀로그램 등 초실감형 미디어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환경이 확산된다.
트래픽 급증에 따라 2020년 개인당(무선) 0.6~1.1Gbps, 가구당(유선) 8~17Gbps 네트워크 속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어러블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IoT 기기가 등장하면서 보안 위협은 높아진다. 기업에서는 신속한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유연성(지능화)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네트워크 산업 경쟁력은 이를 지원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국내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4조3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국산 장비시장 점유율은 유선 36.5%, 무선 43.6%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양자통신, 가상화 등 핵심기술 개발 역량에서도 글로벌 시장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시기 놓치면 경쟁에서 뒤처져
네트워크 경쟁력이 약화되면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주도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글로벌 수준 LTE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유선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5G 시대에는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 노키아, 에릭슨 등 유럽 기업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5G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국가 차원 네트워크 고도화도 활발하다. 미국은 올해 말까지 50개주 마다 1개 이상 기가시티를 도입, 2020년까지 1억가구(전체 85%)에 100Mbps급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I-재팬 2015’ 전략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일본 내 모든 장소에서 유선 기가인터넷, 무선 100Mbps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로드밴드 차이나’ 전략을 추진하고 영국은 2017년까지 22개 슈퍼 커넥티드 시티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금이 네트워크 고도화 골든타임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이런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장비산업 활성화 등 기대효과 커
우리나라는 1995년 초고속정보통신망전략(KII)을 수립해 수년에 걸쳐 가정과 학교, 기업에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되도록 했다. 2004년 수립한 광대역통합망전략(BcN)은 통신과 방송, 음성과 데이터가 결합된 멀티미디어 서비스망 구축을 앞당겼다.
K-ICT 초연결지능망은 향후 5년을 내다본 중장기 로드맵이다. 민관이 협력해 네트워크 신기술을 도입·확산하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네트워크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 ICT 활용이 증가해 융합산업이 본격 성장할 수 있다.
사회·문화적 효과도 기대된다. KT 조사에 따르면 네트워크가 10배 빨라지면 가구당 월 7만9000원 추가 편익이 발생하고 여가시간은 40.8% 늘어난다. 실감형 교육과 의료 서비스로 삶의 질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 통신장비 업계에 새로운 활기가 돌 수 있다. 장비 업계는 통신사 투자 급감으로 향후 3~4년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 주도로 통신사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