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다단계 판매에서 위법행위를 한 LG유플러스에 23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이 단말기유통법상 사전승낙을 받으면 앞으로도 다단계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로 전기통신사업법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위반한 LG유플러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23억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단계 영업을 하면서 위법행위를 한 7개 유통점에는 각 100만~250만원 과태료가 부과됐다.
방통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8개월 동안 일반대리점보다 8개 다단계 대리점에 요금수수료를 평균 3.17배 높게 지급했다. 이 기간에 모집한 가입자는 18만2493건에 달했다. 4개 다단계 유통점은 다단계 판매자에게 판매수당 등 우회지원금을 지급했다. 특히 다단계 가입자가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요금제를 낮추면 판매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또 평균 15만4000원의 불법지원금을 지원한 곳도 있었다.
방통위는 LG유플러스에 이 같은 위반행위 중지를 명령하고 다단계 판매원에 단말기유통법상 사전승낙을 받도록 했다.
이로써 4월 이후 5개월 이상 끌어온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 문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다단계 허용 여부를 놓고 방통위 상임위원 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다단계가 합법적 판매방식인 만큼 위법행위만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다른 위원은 이동통신과 다단계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등 격론이 벌어졌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번 방통위 조치가 이행되면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널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단말기유통법과 방문판매법을 위반하지 않은 다단계 판매까지도 규제하는 것은 방통위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에 김재홍 위원은 “유통점은 공시지원금 등 의무정보를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하지만 다단계 판매자는 이것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말기유통법 취지인 투명성과 공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방문판매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말기유통법이 특별법규여서 다단계에 별도 규정을 적용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최성준 위원장은 “다단계 민원이 발생했을 때 방통위와 공정위 중 누구 소관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전에 공정위와 협의해 민원대응 절차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선에서 이날 논의를 마쳤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날 자료를 내고 “방통위는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가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했다면서도 20만 다단계 판매원은 처벌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으로 이통 3사가 모두 다단계 판매를 확대한다면 이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골목상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