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한국 기업 대륙 진출 도우미로 나섰다. 통신산업 특성상 단독 진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신생 스타트업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의 배타적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ZTE코리아는 한국 기업 에이알텍(ARTECH)과 ZTE 중국 본사가 광통신 분야 협력강화 및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MOU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상하이 한중 경제인포럼에서 이뤄진 것이다. 에이알텍은 ZTE에 광통신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다. MOU를 통해 두 업체는 기술개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에이알텍이 중국을 포함해 해외진출 시 ZTE가 적극 돕기로 했다.
베이진송 ZTE 기술연구소장은 “ZTE는 30여개 한국 부품공급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에이알텍 등 우수한 협력업체의 글로벌 마케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ZTE는 중국 진출을 위한 기술장벽 제거에도 나섰다. 지난달 27일 구미전자정보기술원(GERI)과 MOU를 교환하고 ‘차이나모바일 인증랩’을 국내에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에 납품하기 위해 반드시 얻어야 하는 인증을 중국에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지난 6월 스타트업 9개사와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에 참가해 중국 진출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협약을 맺고 스타트업을 공동 지원하기로 한 후속조치다.
중국 대표적 통신장비업체가 잇따라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고 나선 데에는 국내 통신업계의 배타적 분위기를 친화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통신장비업계에는 가뜩이나 통신사 발주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가 저가경쟁을 주도해 경영이 어렵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타적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바꿔보려는 유화적 제스처가 아니겠느냐”라며 “통신장비 업체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