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된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라.’
애플이 두 시간에 걸쳐 숨 가쁘게 아이폰6S에서 아이패드 프로, 애플TV, 애플워치까지 네 종 신제품을 쏟아냈다. 애플은 2년에 한 번씩 아이폰 외관 디자인을 바꾼다. 올해는 디자인이 바뀌지 않는 ‘아이폰6S’ 출시로 다소 기대감이 낮았지만 새로운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대화면 아이패드 프로가 등장하며 행사장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경쟁사가 전면에 내세운 기능이 애플 식으로 재해석돼 적용됐다. TV 미래를 바꾸겠다는 애플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차세대 애플TV는 시리와 터치인터페이스로 미래를 내다봤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탈출구를 찾아라’
애플은 9일(현지시각)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는 보조금(약정계약)을 폐지하고 할부로 단말기를 판매한다. 이통사는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이려고 자체 할부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정 기간 납부한 뒤 새로운 단말기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애플은 특정 통신사에 묶이지 않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내놨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1년 후 신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아이폰6S 16GB 모델을 사려면 매월 32.41달러를 12회 내야 한다. 언락폰이며 ‘애플케어+’가 포함된 가격이다.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팀장은 “애플은 더 이상 새 아이폰이 299달러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애플이 이통사에서 단말기 유통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구매자는 이통사 약정에서 자유롭고 애플에 더욱 고착화하는 구조가 된다”고 덧붙였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끌어들이기 전략도 나왔다. 애플은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으로 쉽게 갈아타는 법도 소개했다. 애플스토어에 가서 전문가 도움을 받거나 데이터를 옮기는 ‘데이터복사(Copy My Data)’ 앱도 설명했다. 새로 산 아이폰과 기존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앱을 다운로드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 데이터가 이동된다.
◇노트북 말고 아이패드 프로를 사라
애플은 12.9인치 대화면 아이패드 프로를 깜짝 공개했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수요를 노린 제품이다. 가정은 물론이고 기업 시장에서 노트북 수요를 대체할 제품으로 내세웠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의 업무 효율성 향상과 창의성을 강조했다. 애플 행사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가 등장해 아이패드 프로에서 ‘오피스 프로그램’을 시연했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와 유사한 스마트 키보드를 아이패드 프로 액세서리로 출시했다.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를 연결하면 웬만한 노트북 성능을 뛰어넘는다.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은 “더 커진 아이패드는 노트북을 대체하는 기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출시된 노트북보다 CPU는 80%, GPU는 90% 개선됐다”고 말했다.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펜슬’까지 품었다. 디자이너 등 크리에이터를 고객으로 끌어들인다. 어도비와 오토데스크 3D디자인과 편집 프로그램이 모두 자연스럽게 실행된다. 디자이너가 언제 어디서나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12.9인치 화면에서 4K 동영상 편집과 발표자료 작성이 모두 가능하다.
◇앱·음성·터치로 가정을 파고든다
가정 시장은 애플TV가 맡았다. 3년 만의 신제품이다. 애플TV는 음성인식비서 ‘시리’와 터치인터페이스로 강화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TV를 ‘TV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 영향력이 증명된 앱 생태계로 TV 시장을 파고든다. 애플은 ‘tvOS’를 공개하고 화면과 시리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성한다.
애플TV는 시리를 활용해 사용자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찾고 추천한다. TV를 보다가 다른 궁금한 내용도 시리에게 물어보면 된다. 오늘 공개된 애플TV는 아이튠스·넷플릭스·훌루·HBO 등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바로 보여준다.
애플TV는 영화나 드라마 시청과 음악 청취는 물론이고 게임과 쇼핑까지 책임진다. 애플은 TV 앱스토어를 열고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에서 하던 게임을 제공할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애플TV 국내 판매 가능성도 높아져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스마트워치는 연말선물로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애플워치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애플워치스포츠 라인에 ‘로즈골드·골드’ 색상을 추가했다. 밴드 색상도 다양화하며 연말 선물 특수를 겨냥했다. 새로 나온 로즈골드와 골드는 기존 스포츠라인과 같은 가격으로 보다 다양한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 애플은 16일부터 워치OS2를 무료로 업데이트한다. 워치OS2는 메일에서 받아쓰기, 스마트 답장, 이모티콘으로 빠르게 답하는 새로운 기능이 들어갔다. 디지털터치 스케치도 다양한 색상으로 보낼 수 있다. 스마트워치에서 자체적으로 구동하는 서드 파티 앱이 추가된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수석부사장은 “애플워치 사용자는 건강과 피트니스 기능에 만족도가 높다”며 “워치OS2 업그레이드로 더욱 다양한 기능과 색상 선택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