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혁신보다 변신을 택했다.
‘애플 웨이’만 고집해오던 틀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한때 타도 대상이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는가 하면 혹평하던 삼성전자 제품까지 차용했다. 혁신 동력을 내부에서 찾기 어려워지자 비즈니스 확장과 벤치마킹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아이폰6S·아이패드 프로·애플TV 등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기대를 모았던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는 ‘3D 터치’라는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를 탑재했다. 애플워치에 적용됐던 이 기술은 손가락 압력을 인식한다. 약하게 누르거나 강하게 누를 때마다 다르게 앱이 실행된다. 각종 스마트폰 기능이나 앱을 실행하는 단계를 단축한다. 애플은 25일 미국·중국·영국·호주·프랑스·일본·싱가포르·독일·캐나다 등 12개국에서 아이폰6S를 공식 출시한다. 한국은 2·3차 출시국이 될 전망이다.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은 “신제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고 개발할 때 어떤 효과가 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손가락을 오므리고 펴며(pinch to zoom) 화면을 넘기는(Swipe) 멀티터치가 세상을 바꿨다”며 “이제 3D터치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애플워치에 이미 적용된 기술이어서 신선한 맛은 덜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의 과감한 변신을 보여줬다.
아이패드 프로는 12.9인치 대화면이다. 지금까지 나온 아이패드 중 가장 크다. 현재 판매 중인 노트북이나 데스크톱보다 CPU나 GPU 성능이 앞선다. 애플은 태블릿 시장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으며 적과의 동침도 불사했다. 애플 행사장에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가 등장해 iOS용 오피스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아이패드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비판하던 스타일러스펜까지 채택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면모를 보였다. 애플은 정체한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려 경쟁사가 전면에 내세운 기술까지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의 손가락이 가장 뛰어난 필기구”라며 “스타일러스펜은 잃어버리기 쉽다”고 비판했다. 스타일러스펜은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핵심 기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태블릿인 서피스와 유사한 커버형 키보드도 나왔다.
애플워치는 더욱 다양해졌다. 애플워치스포츠 버전에 ‘골드’와 ‘로즈골드’ 색상을 추가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애플워치도 공개됐다.
차세대 애플TV도 선보였다. 애플TV는 음성인식비서 ‘시리’와 터치리모컨으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추가했다.
팀 쿡 애플 CEO는 “TV는 지금이 황금 시대”라며 “TV 미래는 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