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9억6800만명이 방문하고 한 달이면 14억9000만명이 찾는 곳. 우리나라에도 900만명이 매일 들러 친구 소식을 듣고 뉴스를 확인하는 곳.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상반기 매출 70억 달러를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 53억달러 대비 32%포인트 늘었다. 가파른 성장세다. 시가총액은 2610억달러(약 305조원)에 이른다. 애플, MS, 구글에 이어 IT기업으로는 네 번째다.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제조기업 삼성전자 시가총액 160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2004년 대학 1학년생 마크 저커버그가 10년간 만들어낸 성과로는 믿기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성과를 거둔 비결로 저커버그 경영방식이자 기업문화 ‘해커웨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창업 초기부터 늘 ‘해커 정신’을 강조했다. ‘해커웨이’ ‘해커톤’ ‘해커먼스’에 이르기까지 페이스북 기업 문화는 해커와 연관이 깊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본사가 있던 ‘윌로 로드(Willow Road)’로 사옥을 옮기며 도로 명칭을 해커웨이로 바꿨다. 현재 페이스북 본사 공식 주소는 ‘캘리포니아 해커웨이 1번지 멘로 파크’다. 멘로파크 빌딩 곳곳에도 해커를 상징하는 이름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저커버그가 제시하는 해커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컴퓨터나 회사 컴퓨터에 침입해 안의 정보나 내용을 훔치거나 망가뜨리는 블랙 해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커처럼 대담한 태도로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화이트 해커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문화를 기업에 접목시킨 사례다.
◇페이스북을 이끄는 힘 ‘해커웨이’
페이스북은 ‘해커톤(Hackathon)’과 ‘해커먼스(Hacker Month)’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커톤이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다. 48시간이란 제한된 시간에 해킹하듯 프로그램을 짜는 일종의 코딩 마라톤이다. 평소 자신이 꿈꾸던 제품, 해보고 싶던 과제나 즉석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한다. 시제품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개발자 스스로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점을 기업 문화에 적용시켰다. 해커톤에 참가하는 개발자는 스스로 결정권을 쥐고 개발 목표를 정해 행사에 참여한다. 엔지니어를 위한 일종의 축제다.
해커톤은 바로 페이스북 성과로 이어졌다. 타임라인, 동영상, 채팅 기능을 포함해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아이콘과 같은 ‘좋아요’ 버튼도 해커톤에서 처음 나와 세상에 빛을 봤다. 우리나라에 먼저 도입된 ‘음력생일표시’ 기능도 엔지니어 한 명이 완성해 냈다. 페이지 이름을 중국어, 영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로 다양하게 등록할 수 있는 ‘번역된 페이지 이름’ 기능도 해커톤에서 제안됐다.
해커톤이 개발자 축제라면 해커먼스는 1년에 한 달간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제도다. 기존 업무 외에 다른 일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본 업무로 복귀할지 여부는 한 달 후 결정한다. 2009년부터는 새로운 엔지니어 직원이 교육받는 부트캠프에도 적용했다. 페이스북 문화를 익히고 자신이 흥미를 갖거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6주 기간을 제공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새로운 구성원과 화합할지를 찾는 시간이다.
◇‘해커웨이’ 열린 개발 문화 이끌어
페이스북에 들어선 순간부터 엔지니어에겐 자유로운 기회가 열린다.
부트캠프는 엔지니어가 페이스북에 필요한 기본 코드를 파악하는 시간이다. 자신의 성향, 흥미에 맞는 프로젝트를 탐색할 수 있다. 개인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아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고유 기업 문화인 해커웨이에 대한 적응도 함께 이루어진다. 엔지니어가 자연스럽게 자신 의견을 개진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문제 해결책을 찾아낸다. 엔지니어 역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이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직위나 연차에 관계없이 누구나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내부 엔지니어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자체 개발자 페이지와 페이스북 코드 기술을 누구에게나 공개한다. 보다 많은 개발자가 페이스북 앱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지난 2007년 5월 ‘페이스북 플랫폼’ 론칭 이후 첫 일주일 만에 앱 수백개가 개발됐고 사용자 수만명이 호응을 보냈다.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여는 ‘F8’ 또한 서로 다른 엔지니어가 서로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가치를 만드는 장이다. 지난 3월 열린 F8에도 세계 각지에서 2500여명 개발자가 참석했다. 최근 발표된 모바일 앱 개발 플랫폼 ‘파스(Parse)’ 개발자키트(SDK)를 오픈소스로 전환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작년 10월에는 중국의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 추콩과 함께 오픈소스 기반 크로스 플랫폼 게임 엔진(Cocos2d-x)을 내놨다. 지난 8월 한국에서도 ‘레벨업 서울 2015’ 행사를 열어 한국 게임 개발사와 해외 진출·성공적 현지화 사례를 공유했다. 페이스북 차원에서도 외부 개발자 힘을 빌려 페이스북을 더 많이 알리고 더 큰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셈이다.
글로벌 IT 교육에도 관심이 높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고, 공교육에 정규 과정으로 편성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및 IT를 비롯한 교육 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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