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조립PC와 각종 전자제품 유통 중심지였던 용산전자상가. 오가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전자상가 곳곳이 빈 가게다. 조립PC와 휴대폰을 팔던 곳은 줄어 무선조종(RC)숍이 자리를 대체했다. 어른 장난감으로 부상한 드론 등 원격조종 기기를 파는 매장이다. 수만원짜리부터 카메라를 단 드론까지 종류와 크기도 다양하다.
각종 전자부품을 판매하던 나진전자상가. 건축한 지 30년은 족히 돼 보이는 이 건물 지하에 들어서니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된 느낌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지원공장으로 알려진 ‘N15’이다. N15은 나진전자상가 15동을 뜻한다.
칸막이 없이 확 트인 공간.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웃고 떠든다. 사무실 이곳저곳에는 다양한 크기 드론이 놓여 있다. 드론에 관심 높은 대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부품을 구입해 조립 중이다. 3D프린터로 지지대를 만든 드론도 보인다.
신성장 산업으로 각광받는 드론. 누구나 설계하고 조립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졌다. 일반인도 쉽게 드론을 제작할 수 있을까. 드론 메카로 떠오른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자신문 기자들이 드론 제작에 직접 도전했다.
드론 조립은 인내가 필요했다. 정석을 따르지 않으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고통이 뒤따랐다. 마치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으면 곧 바닥으로 굴러 내리는 시시포스 신화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드론에 쓸 나사를 크기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 고정해야 한다. 단순한 작업 같지만 정확한 나사를 쓰지 않으면 제대로 맞지 않는다. 처음 드론 뼈대를 고정했는데 반대 방향으로 작업해 나사를 모두 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날개가 네 개 달린 쿼드롭터를 만드는데 움직이는 방향을 고려해 장착해야 한다. 이 방향이 틀리면 드론은 먹통이 된다. 60여개 나사를 고정하는 작업이 끝나면 신호에 맞춰 수신기 회로를 꽂는다. 이 과정에서도 조종기와 수신기 간 신호가 제대로 맞춰지지 않아 여러 번 실패를 거듭했다. 상용 드론 조립키트인데도 만드는 데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조립은 시작에 불과했다.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종이 쉽지 않았다. 우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드론 조종을 익혔다. 시뮬레이션 드론 30대나 망가뜨렸다. 그래도 조종 실력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30분 넘게 시뮬레이션을 한 후 진짜 드론을 띄웠다. 세 시간 넘게 조립한 드론이 나진전자상가 지하에서 ‘윙~’ 하는 프로펠러 음을 내며 날아올랐다. 소름이 돋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1분도 안 돼 드론이 천장에 부딪혔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드론이 곧바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달려가 보니 프로펠러가 부러졌다. 탄식이 쏟아졌다.
보조 프로펠러를 단 드론이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이번에는 야외에서 날려보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했다. 과연 우리의 드론은 순탄하게 날아오를까. 첫 비행에서 산산조각 났던 프로펠러 모습이 자꾸 어른거렸다. 걱정됐다. 묵직한 돌덩이를 가슴에 안은 느낌. 무거운 발걸음으로 용산상가를 빠져나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