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야 소프트웨어(SW)사업을 둘러싼 하도급 분쟁이 급증했다. 분쟁 원인도 달라졌다. 도급기업 간 갈등보다 발주기관에 기인한 형태가 더 많다. 분쟁 증가 자체가 SW산업 생태계 건전성을 대변한다는 시각도 있다.
29일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협회 SW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접수·조정된 건수는 2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건, 2013년 12건에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협의회는 SW분야 하도급 분쟁을 조정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구다. 협의회를 통한 합의는 공정위 시정명령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협회는 “거래 특성상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거래관계를 고려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올해만 20여건 조정이 의뢰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의뢰 내용이다. 지난 2012년 접수된 분쟁은 대부분 대기업과 중소기업 분쟁이다. 2013년부터는 공공분야 SW사업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중소기업 간 분쟁이 많이 늘었다. 흐름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제안 작업을 함께 한 뒤 원도급자가 사업 수주 후 하도급자를 배제하는 사례가 많았다.
올해도 분쟁 당사자는 도급 업체들이다. 하지만 분쟁요인 제공처가 발주기관으로 달라졌다. 발주기관이 일방적으로 과업을 추가하거나 설계를 변경하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대금에 반영하지 않는다. 결국 이를 떠안은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도급업체 간 분쟁이 발생한다.
협의회 참여 SW업체 대표는 “하도급법상 원도급자는 사업 책임이 있어 하도급업체가 문제를 제기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원도급자가 억울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발주자가 국가계약법을 위반하고도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수주업체를 부정당업체로 등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협회는 “발주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가 있지만 이를 적용하지 않는 발주기관과 기업 간 분쟁을 조정할 기구는 사실상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늘어난 분쟁조정 자체가 산업 생태계 건전성을 방증한다고 풀이했다.
다른 SW업체 대표는 “그동안 갑을 관계라는 특성 때문에 문제제기를 잘 하지 않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라며 “하도급 받는 중소SW 업체가 주저하지 않고 요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