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 주식시장 통한 자금조달보다 유출 많았다"

2000년 이후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에 유입된 자금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위해 지출된 금액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금 조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주식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1일 주식시장이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보다 기업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기업이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6조6000억원인 반면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지출한 금액은 18조6000억원이었다.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보다 증시로 빠져나간 자금이 3배 더 많았다.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난다.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액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자금 조달액은 홍콩의 35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말레이시아나 중국보다도 적다.

주식을 통한 자본조달기능 부진은 상장 추세에서도 나타난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20년 동안 신규 상장기업 수가 상장폐지기업 수보다 더 많았던 해는 5년에 불과하다. 2014년에는 유가증권 상장요건을 갖춘 기업 600개 중 1.17%인 7개사만이 실제 상장했다.

전경련은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투자자 보호는 강조한 반면에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제도 마련은 소홀히 해 상장에 따른 기업 부담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안정된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투자자의 다양한 선호를 충족시켜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내용의 배당 및 의결권으로 구성된 주식 발행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주식시장 침체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이 상장과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주식시장 활성화가 투자와 고용을 증가시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 주식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