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보안기능 ‘노크코드’ 사용을 고수하던 LG전자가 1일 선보인 슈퍼프리미엄폰 ‘V10’에 후면 지문인식 모듈을 채택했다. 노크코드로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했지만 지문인식 센서 속도와 인식 정확도 개선, 모바일결제 확산 등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 변화에 결국 대세를 거스르긴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문인식 모듈은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부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 일본 소니와 LG전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스마트폰 제품군에 적용이 이뤄졌다. 일부 프리미엄급 제품에 보안성 강화 용도로 탑재되던 것을 넘어 카메라 모듈과 같이 스마트폰 기본 스펙으로 사실상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V10 후면에 들어간 지문인식 모듈은 스웨덴 지문인식 센서 전문업체 FPC(Fingerprint Cards AB)사가 올해 출시한 ‘FPC 1035’ 센서가 적용됐다. 어느 방향에서 손가락을 가져다 대도 지문 패턴을 읽을 수 있고 반응 속도가 빠르다. 국내 부품전문업체 크루셜텍에서 모듈 패키징을 맡아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공개된 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 넥서스 모델 신제품 두 종에도 FPC 1025 센서 기반 후면 지문인식 모듈이 들어갔다. 화웨이가 생산하는 ‘넥서스 6P’와 LG전자 ‘넥서스5X’다.
구글은 두 제품에 지문인식 솔루션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6.0 ‘마시멜로’를 처음으로 장착했다. 지문인식을 바탕으로 자체 모바일 결제 솔루션인 ‘안드로이드 페이’도 지원한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출시가 이뤄질 스마트폰 대부분에 지문인식 모듈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에는 OS 자체에 지문인식 지원 기능이 없어 각 제조사에서 모듈과 OS를 연결해주는 별도 프레임워크(Framework) 작업이 필요했지만 안드로이드 마시멜로부터는 훨씬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타 부품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던 지문인식 모듈 단가도 점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지문인식 센서 시장을 주도하던 시냅틱스와 어센텍, FPC 세 업체 외에도 대만 등 다양한 IC업체가 지문인식 센서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센서가 모듈 단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보급형에 맞는 다양한 가격대 지문인식 센서 등장으로 각 제조사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지문인식 관련 신규 수요처로 부상하면서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 중국 업체 등 세 분야에 맞춰 형성된 관련 후방시장에도 보다 활기가 돌 전망이다. 모듈 패키징을 내재화한 삼성전자나 자체 공급망을 갖춘 애플 외에 다양한 고객사 물량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화웨이, 오포, 메이주 등 중국 업체를 이미 고객으로 확보한 크루셜텍 외에도 지문인식 모듈을 신사업으로 준비해온 부품업체 시장 진입이 속속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루셜텍은 인력확충과 자회사인 삼우엠스 설비 활용 등으로 하반기 지문인식 모듈물량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며 “그동안 지문인식을 채택하지 않던 LG전자가 방향을 선회하고 지문인식 모듈이 스마트폰 기본 사양으로 안착하면서 후방 소재·부품 산업계에도 다양한 신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