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일루미네이션’은 매년 겨울 일본 도쿄의 유명 빛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까지 6년간 번화가 롯폰기를 빛으로 수놓으며 스마트폰 ‘갤럭시’ 브랜드를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 삼성전자 여건 변화로 올해도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일루미네이션 후원 여부를 검토 중이다. 복합상업시설 롯폰기힐스를 보유한 모리빌딩이 매년 롯폰기 게야키자카 거리에서 여는 행사로 삼성전자는 2009년 ‘삼성 모바일’ 브랜드로 참여해 2011년 ‘갤럭시 일루미네이션’으로 확대했다. 매년 11월부터 크리스마스까지 110만개 LED 전구로 400m 거리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롯폰기 1번가에 있던 삼성전자 일본법인이 올해 초 이이다바시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겨울 빛 축제를 즐기는 일본 소비자를 겨냥해 후원 지속을 검토 중이지만 갤럭시S6 부진에 전사적 비용 감축까지 겹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년 새 여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후원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삼성전자 위상도 소비자거래(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전국 18개 양판점에 ‘갤럭시숍’을 마련하고 소프트뱅크향 제품도 출시하는 등 갤럭시S6 띄우기에 나섰지만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숍 1개 당 2억엔이 투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재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608만대 규모였던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12%로 4위를 차지, 소니(14.9%), 샤프(13.2%)와 3중 체제를 이뤘다. ‘S6 효과’로 697만대였던 5.2%였던 1분기보다 급증했지만 애플(39.1%)에는 미치지 못했다. 태블릿PC는 고전 중이다.
TV와 백색가전 등 생활가전 사업이 2000년대 말 철수한 뒤로는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장비, 초음파 진단장비 등 헬스케어 사업처럼 B2B 중심으로 재편됐다.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B2C 시장 대신 B2B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다.
한편 삼성 전자산업 발전사의 상징적 장소인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오쿠라호텔 본관’은 재건축을 위해 연내 철거된다. 이곳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밝힌 ‘2·8 도쿄선언’을 내놓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로 떠나기 전 ‘신경영 선언’을 밤새 준비했던 곳이다.
도쿄(일본)=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