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일본·캐나다·호주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12개 회원국 무역·통상장관은 5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쟁점을 일괄 타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협상 타결로 세계 GDP 40%에 육박하는 거대 경제권이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인다. GDP 1위 국가인 미국은 물론 자유무역협정(FTA)에 소극적이었던 일본까지 가세했다. 한국은 그간 글로벌 FTA 네트워크 확장에 적극적이었지만 TPP 합류 기회는 놓쳤다. TPP 협상 타결로 기존 통상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기로에 섰다.
TPP는 역대 최대 규모 다자 FTA로 꼽힌다. 세계 GDP 1, 3위 국가 미국·일본을 비롯해 캐나다·멕시코·호주·베트남 등 아태 지역 12개국이 참여했다. 이들 나라 GDP를 합치면 2013년 기준 27조7000억달러다. 세계 GDP 37.1%에 달한다. 교역 규모는 9조5000만달러로 세계 교역량 4분의 1을 차지한다.
TPP는 2006년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 간 FTA ‘P4(Pacific4)’로 시작됐다. 미국·호주·베트남(2010년), 캐나다·멕시코(2012년)에 이어 일본(2013년)이 막차로 합류하면서 12개국 체제를 갖췄다.
TPP는 회원국 경제규모도 크지만 자유화 수준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협상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포괄적 자유화를 지향한다는 원칙 아래 진행됐다.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TPP 타결을 임기 전 역점 과제로 꼽고 직접 의회를 설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수출 확대와 일자리 증대에 TPP가 새로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다른 경제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FTA 체결에 소극적이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무역액 기준 일본 FTA 교역비율은 22.3%로 한국(40.7%), 미국(40.1%)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일본은 올해 초 호주와 FTA를 발효한데 이어 TPP를 포함해 일·EU FTA,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여러 FTA 협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현재 협상 중인 FTA가 모두 체결되면 일본 FTA 교역비율은 84.6%로 치솟는다. 같은 전제 아래 한국(84.6%), EU(68.2%), 미국(64.3%), 중국(52%)을 모두 넘어선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중심 수출 산업구조다. FTA 협상 때마다 농수산물 시장을 방어하고, 공산품 분야에서 공세적 접근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종전까지는 우리나라가 미국·EU·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 한발 앞서 FTA를 맺으며 앞서나갔다. TPP가 발효되면 우리가 일본에 더 이상 상대적 우위를 누리기 힘들어진다.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한국은 2013년 말 뒤늦게 TPP 관심 표명 후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경제계는 조속한 TPP 가입을 바란다. 글로벌 FTA 네트워크 확장 전략을 취했던 정부로서도 TPP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후발주자로 TPP에 참여하면 치러야 할 대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회원국이 아니어서 협정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협정문 가운데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이 많아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협정문 내용이 공개되는대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