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적이 발사한 미사일에서 반사된 빛을 찾아 요격할 수 있는 ‘시간역행 거울’이 개발됐다. 신체에 적용하면 암세포만을 골라 레이저로 치료하는 것도 가능하다.
KAIST는 박용근 물리학과 교수와 이겨레 연구원(박사과정 4년차·제1저자)이 빛을 반사시켜 시간이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역행 거울(위상공액 거울)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0월 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빛의 시간 역행은 녹화된 비디오를 되감기하듯 빛이 진행된 방향으로 되돌려 반사시키는 것을 말한다. 마치 쏟은 물을 그대로 주워 담듯 흩뿌려진 빛을 다시 집약해 산란 전으로 되돌리는 원리와 같다.
연구팀은 파면제어기라는 수많은 미세 거울로 이루어진 장치를 활용했다. 파면제어기는 입사하는 빛 모양에 맞춰 거울 표면을 변경시켜 평행 상태로 만드는 기기다.
연구팀은 생닭가슴살을 이용해 실험에 성공했다. 닭가슴살에 입사한 빛은 심하게 산란된다. 하지만 시간역행 거울을 닭가슴살 뒤에 놓으면 산란한 빛이 입사한 방향으로 그대로 다시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적의 미사일에서 반사되는 빛을 시간역행 거울로 받아 빛이 반사된 곳으로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다. 암세포에 빛을 내는 형광물질을 투입해 그 빛을 모아 피부는 상처내지 않고 암만을 태울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이겨레 연구원은 “지금은 실험실 수준”이라며 “향후 기술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미사일 요격이나 암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용근 교수는 “빛뿐 아니라 소리, 전자파, 라디오 등 일반적인 파동에서도 성립하는 개념”이라며 “향후 레이저 및 광통신 기술을 포함한 물리학, 광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