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전표 수거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핀테크 간편결제 환경에 과연 전표수거 업무가 필요한가에 대한 새로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수십년 이어져왔던 카드사와 밴사 간 업무 구조에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전에 본인인증이 이뤄지는데 굳이 전자서명을 포함한 전표를 저장, 관리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도 10만원 이하 카드결제시 무서명 거래(NO CVM)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어서 삼성페이로 촉발된 밴 업무대행 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카드가 주장한 ‘삼성페이 전표 수거 무용론’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전표수거 본래 취지가 없어진 마당에 수수료를 계속 지급해야 하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밴업계는 ‘전표수거’를 독립된 업무로 취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수십년간 카드 결제 리스크 관리를 해왔던 협력사에게 아무 협의 없이 돈을 안주겠다는 행태는 도덕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밴대리점이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를 설치, 관리하는 건 대행 수수료를 염두에 두고 일종의 투자를 하는 개념이고 대게 3년 약정을 두는 것도 선투자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밴 대리점 대표는 “전자서명을 포함한 수거 대행 업무가 사라지면 영세가맹점은 수익의 40%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며 “삼성페이의 미래 가능성을 두고 투자했던 많은 밴대리점은 도산까지 생각할 위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전표수거비를 다른 명목으로 받기 위해 관리비를 올리거나 매입, 정산 대행료를 올려 받는 꼼수도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현대카드와 밴업계간 갈등은 카드 대행업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실효성 없는 대행업무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와 영세 사업자를 벼랑으로 모는 대기업 갑질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밴업계는 간편결제와 관련 전표수거가 일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밴수수료를 조정하는 쪽으로 협의가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드업계는 현대카드 행동을 조금 더 지켜본 후 판단하겠지만 불필요한 대행 수수료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현대카드의 수수료 철회 계획이 시장에서 통용될 경우 다른 카드사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이면에는 기존 업계 간 밥그릇 싸움과 특정사 이해관계로 인해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한국 핀테크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를 볼모삼아 소비자가 누려야 할 편의와 권리를 망각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간편결제 관련 밴 대행 업무에 대한 논란을 불식할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많은 간편결제 도입 과정에서 카드업계와 IT기업, 밴업계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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