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어렸을 때부터 시장에 채소장사를 하는 어머님을 돕는 게 신이 났다. 새벽 도매시장에 나가 배추를 사와 시장에 파는 부모님을 보며 장사가 무엇인지 배웠다. 소년이 자라면서 부모님은 식당을 창업했고 그는 식당일을 도우며 거래에 눈을 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에게 CD를 팔았고 숙제를 대신해주고 용돈을 벌기도 했다.
올해 2월 졸업한 김태성 프리즘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시장에서 자라나 일찌감치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배추 가격흥정을 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사업을 해야겠다 결심했죠.”
하지만 장사의 어려움을 아는 부모님은 김 대표의 사업가 꿈을 반기지 않았다. 공무원이 돼 안정적 직장을 다니길 바랐다. 아들이 졸업 후에 행여 돈부터 벌겠다며 공장을 다닐까봐 이공계 지원도 한사코 만류했다.
김 대표는 “인문계로 진학했지만 결국 다양한 경영, 비즈니스 사례를 공부하면서 창업에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방에 산다는 것도 대학생이라는 신분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컴퓨터 부품을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쇼핑몰 방문자수가 적어 사업은 접어야만 했다. 그는 군대에서도 내내 ‘왜 실패했을까?’를 자문했다. 답은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이는 다음 사업 아이템이 됐다.
김 대표는 와이파이(Wifi:무선인터넷) 이용자에게 광고 이미지를 노출한 뒤 무료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프리즘’를 착안했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광고이미지를 보고 나면 간단하게 와이파이 이용을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커피전문점에는 무료로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하고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방식”이라며 “인증이미지에 추가로 랜딩페이지 1곳 정도를 더 확보해 이를 다른 광고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수익모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끈질긴 노력 끝에 올해 대형 커피전문점 할리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전국 85곳 직영점 설치했다. 지난달에는 회사도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제는 부모님도 김 대표의 창업을 응원하게 됐다. 부모님으로부터 격려의 의미로 선물 받은 노트북은 개발용이 됐다. 그는 자신처럼 창업에 뜻이 있는 대학생(휴학) 후배 2명을 개발자와 관리팀장으로 채용했다. 프리즘크리에이티브는 현재도 임직원 3명의 작은 회사다.
김 대표는 작지만 강한 회사의 가능성을 믿는다. 개인사업자 시절 만들었던 사명 ‘뉴른(neurnn)’의 뜻을 가슴에 되새긴다.
김 대표는 “신경세포 뉴른처럼 서로 연결되면서 빠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며 20대 창업가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