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한 개씩 흘려보내는 원자전선 발견

국내 연구진이 전자를 하나씩 흘려보내는 1나노미터(㎚) 두께의 원자전선을 발견했다. 전력소비와 발열을 감소시켜 집적회로 소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 원자제어 저차원전자계 연구단 염한웅 단장과 이성훈 연구위원팀은 전자를 하나씩 이동시키는 폭 1㎚의 부도체 나노 인듐원자선을 찾아냈다고 9일 밝혔다.

전자 한 개씩 흘려보내는 원자전선 발견

연구진은 저온에서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인 인듐 원자선에 전자를 하나씩, 원하는 방향으로 흘려보낼 수 있음을 알아냈다. 전자 하나를 회로 스위치로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500℃ 이상의 고온에서 실리콘 표면에 인듐을 뿌리면 인듐원자가 규칙적으로 사슬처럼 엮인 선폭 1㎚이하의 원자전선을 형성한다. 상온에서는 도체지만 영하 150℃ 이하에서는 부도체 성질을 갖는다.

각 원자사슬은 서로 다른 네 가지 원자구조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이들이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방향성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때 각 원자사슬 양단 사이에 ‘솔리톤’이라는 좁은 경계가 생기며, 솔리톤에 하나의 전자가 갇힌다. 원자사슬을 구성하는 원자 순서를 바꿔주면 솔리톤이 방향성을 갖고 이동하게 돼 솔리톤에 갇힌 전자도 이동한다. 마치 무빙워크가 움직이면서 위에 서 있는 탑승자를 이동시키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찾아낸 1차원 물질에서 방향성을 가진 솔리톤을 ‘카이럴 솔리톤’이라고 이름 지었다.

또 다른 전기가 통하는 부도체인 폴리아세틸렌에 관한 연구가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지만, 폴리아세틸렌 사슬에서는 전자를 하나씩 제어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전자를 하나씩 이동시키는 원리를 활용해 하나의 전자로 1비트 정보를 처리하는 단전자 소자를 구현하면, 지금까지 수십 개의 전자가 수행하던 작업을 전자 하나가 대신할 수 있어 전력소비와 발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집적회로 소형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9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