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라케시 조약 비준…해외 저작물 점자로 전환해 시각장애인에 자유 배포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왼쪽)이 마라케시 조약 비준서를 프란시스 거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왼쪽)이 마라케시 조약 비준서를 프란시스 거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인도, 싱가포르 등 20여개국 발간 저작물을 이용자 허락 없이 자유롭게 점자로 전환해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에게 배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위스 제네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본부에서 개최 중인 ‘제55차 WIPO 총회’에서 마라케시 조약 비준서를 기탁했다고 11일 밝혔다.

마라케시 조약은 시각장애인이 저작권법 제한 없이 저작물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높이는 국제조약이다. 조약 비준국 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은 권리자 허락 없이 어문 저작물을 점자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자료로 복제해 자국 시각장애인에게 배포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제작된 대체 자료를 타국 기관이나 시각장애인에게도 배포할 수 있다.

조약 참여 의사를 밝힌 80개 국가 중 20개 이상이 비준하면 3개월 후 발효된다. 우리나라는 11번째 비준국으로 앞서 인도, 싱가포르, 엘살바도르, 말리, 파라과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우르과이, 멕시코, 몽골이 비준서를 기탁했다.

향후 9개 국가가 추가로 비준을 완료하면 3개월 후 마라케시 조약은 효력을 발생한다. 오는 12월 WIPO 저작권 및 저작권 상설위원회(SCCR)가 개최될 예정이라 이르면 연내 총 20개국 비준이 완료돼 내년 상반기 발효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라케시 조약이 발효되면 국내에서는 국립장애인도서관 등이 비준국 발간 저작물을 자유롭게 점자·오디오북 등으로 전환해 배포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등도 비준을 완료하면 저작물 종류와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부는 시각장애인 정보 접근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조약 비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저작권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물 제작·수입 활성화를 위해 저작자 권리를 일부 제한한 점에도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WIPO 총회에 참석한 윤태용 문화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이번 총회는 우리나라 저작권 제도뿐만 아니라 저작권 보호를 위한 노력도 세계적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알려 국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제 저작권 규범 정립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