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Software Defined Infrastructure)가 데이터센터의 미래란 것에 이견을 제기할 이는 없다. ‘소프트웨어 정의’가 가장 활발히 추진되는 곳은 서버 즉, 컴퓨트 영역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서버 통합을 이유로 추진돼온 가상화는 이제 사설 클라우드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부문까지 소프트웨어 정의 적용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미래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단일 자원 풀 모습을 띨 전망이다.
기업마다 성숙도 차이는 있지만 서버 측면에서 SDI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서버 투자 전략을 바꾸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예전처럼 서버를 개별 장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의 한 부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서버 투자 방식은 새로운 업무 시스템이나 서비스 개발 때마다 요건에 맞춰 신규 장비를 들여오는 것이다. 반면에 가상화 비중이 높은 현대적인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은 개별 요청에 따라 장비를 구매하지 않는다. 사설 클라우드 차원에서 서버 인프라 성능과 용량을 늘려간다. 투자도 연간 단위로 한다. 현업 요청이 오면 필요한 만큼 자원을 배포한다. 예산 수립, 집행 방식이 바뀐 것이다.
투자 방식이 바뀌면 IT 부서 역시 장비를 고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상화 수준이 높은 기업에 가보면 나름의 공식을 적용한다. 업종에 따라 성능, 용량 필요 수준이 다르다. 하지만 업종을 떠나 공통적인 것이 있다. 바로 서버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독 장비를 쓸 때 기업은 가능한 오래 서버를 썼다. 주변을 보면 10년 이상 된 서버를 쓰는 곳을 찾기 어렵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포털이나 소셜 등 대규모 서비스 운영 기업 교체 주기는 3년 이하로 잡히고 있고 일반적인 기업도 5년 내외로 잡는 추세다. 그것은 교체 주기를 짧게 할수록 이익이기 때문이다.
ROI 계산은 앉은 자리에서 바로 할 수 있다. 서버 및 네트워크 유지보수, 전기료, 냉방·상면 등 고정 비용을 따져 보면 된다.
인텔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7년 출시된 제온 프로세서와 비교할 때 2013년에 나온 제온 프로세서 기반 서버를 비교해 보니 성능 차가 17배나 됐다. 2007년 당시 17대를 쓰던 서버를 2013년에는 한 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은 17대 쓰던 것과 한 대 쓰는 것이 같다. 성능, 에너지 효율, 상면 모든 면에서 월등한 것이다.
교체 주기 외에 달라진 투자의 법칙으로 워크로드 맞춤형 인프라 증설을 예로 들 수 있다. SDI 환경은 거대한 단일 자원 풀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요건에 맞게 서버 성능과 용량을 산정하던 시절에는 몇 년 뒤 수요까지를 예상에 장비를 들였다.
하지만 SDI 환경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 단위로 공유 자원 풀을 늘려 가는 접근 방식이 일반적이다. 성능과 용량은 자원 활용률을 80% 이상으로 높게 잡는다. 즉, 자원을 낭비 없이 알차게 쓰는 것이 최근 추세다.
이처럼 공유 자원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워크로드별로 맞춤형 풀을 조성한다. 가령 웹 서버와 같은 높은 성능이 필요하지 않고 낮은 비용 유지가 필요하면 저전력 아톰 서버로 팜을 구성하고, 높은 성능과 처리 용량이 필요한 데이터베이스 같은 워크로드는 소켓당 10개 이상의 코어를 장착한 듀얼 소켓 기반 제온 E3나 E5 서버로 팜을 조성한다. 그리고 데이터웨어하우스나 금융 트랜잭션 처리와 같이 복합적인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때에 인텔 제온 E7을 장착한 4소켓 기반 서버로 인프라를 꾸민다.
인텔과 같이 반도체 설계처럼 고성능 컴퓨팅(HPC) 기반이 필요하면 제온 파이 프로세서를 장착한 서버로 자원 풀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데이터센터 전략과 서버 선택 기준 및 교체 주기 전략의 방향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SDI 전제 조건은 영역을 넘나드는 시야와 기술을 가진 조직을 확보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시설과 설비,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 관리,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등 역학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되는 조직은 데이터센터와 서버 전략을 일치시키려면 많은 논의와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데이터센터와 서버 투자 전략과 목표 일치는 더 미룰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이사 william.choi@in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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