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국내 기업용 정보기술(IT) 인프라 시장에서 HP 대항마로 부상했다. 세계 최대 스토리지 업체 EMC를 670억달러(약 76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델이 EMC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연매출 6000억~7000억원 규모 대형 IT 업체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델이 EMC 인수를 내년 5~10월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델과 EMC 한국 법인 통합이 예상된다.
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24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EMC 매출은 3234억원을 달성했다. 인력은 델코리아가 300여명, 한국EMC가 500명 수준이다. 델코리아와 한국EMC 현 조직 체계가 그대로 통합되면 산술적으로 약 6500억원 규모 기업이 생겨나는 셈이다.
국내 IT 인프라 업계 최대 규모다. 한국HP는 매출이 1조2000억원에 이르지만 회사는 다음 달 1일 기업용 사업과 소비자용 사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엔터프라이즈 부문 매출이 한 해 7000억원이다. 그동안 HP 절반 규모 수준에 그쳤던 델이 EMC와 손잡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델과 EMC는 각사 장점이자 IT 인프라 핵심 요소인 서버와 스토리지를 결합해 국내 시장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HP가 분사 및 조직개편으로 변화를 맞는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 선두다툼을 본격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레노버, 화웨이, 인스퍼 등 중국 컴퓨팅 기업 한국 시장 진출이 잇따른다. 시장 주도권 확보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예리 한국IDC 책임 연구원은 “델과 EMC 합병은 국내에서는 서로 주력 사업과 시장 입지가 다른 사업자 간 결합이어서 조직 통합 과정에서 인력 이동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고객 대응과 관리가 향후 시장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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