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5년 만에 다시 터졌다. e스포츠 재건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상진)는 19일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 돈을 걸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박외식 프라임팀 감독, 소속 프로게이머 최병헌 등 전·현직 프로게이머와 브로커 1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박외식 감독과 최병헌 선수는 9월 말부터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SK텔레콤 프로리그 2015 시즌1, GSL 스타리그 시즌1 등 올해 1~6월 열린 대회에서 총 다섯 건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박 감독은 브로커에게서 돈을 받아 소속 선수에게 승부 조작을 지시한 혐의다. 최병헌 등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스타급 선수가 박 감독 제의를 받아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 이들은 경기당 50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 수준 대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감독과 같은 게임단 소속 프로게이머가 함께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례는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은 거액 유혹에 넘어간 프로게이머에게 승부 조작 사실을 폭로한다고 위협하며 초반 이후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승부 조작을 했다”며 “스폰서를 빙자한 접근, 감독을 이용한 선수 매수, 선수 직접 매수, 선수 위협 등 점점 대담한 방법으로 승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스포츠계는 5년 만에 터진 승부조작 스캔들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e스포츠는 2010년에도 불법 도박 베팅사건에 스타 선수가 연루돼 실형을 받으며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조만수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사무총장은 “19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연루자 영구제명, 영구자격정지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지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e스포츠 근간을 위협하는 불법도박, 불법베팅과 관련해 업계와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또 관련사건 발생 소식을 알려드리게 돼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KeSPA는 사안에 따라 관련자를 대상으로 업무방해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조 사무총장은 “협회로 접수된 제보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연계성이 확인된다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박외식 전 감독이 운영하던 ‘리그오브레전드(LOL)’ 스베누팀은 협회에서 위탁 운영을 맡기로 했다.
KeSPA는 2013년부터 프로리그에 활동하는 모든 프로선수와 감독, 코치에게 부정방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불법베팅 등 가담 시 민형사상 조치를 감수한다는 서약을 받았다. 2014년부터는 신고포상금과 자진 신고 포상금 제도를 시행했다.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인터넷정책자율기구, 한국e스포츠협회 4자가 연대해 클린 e스포츠 환경 조성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스타급 선수와 유명인이 가담한 승부 조작 사건이 다시 발생하며 관련 제도를 전면 손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