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밴드에도, 머리띠에도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
세계 배터리시장 선두주자인 삼성SDI와 LG화학이 구부리거나 휘어지는 성질을 구현한 배터리로 ‘웨어러블 대전’에 돌입했다. 이미 글로벌시장을 양분한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뿐 아니라 생활밀착형 배터리까지 미래 전지시장 격전을 예고했다.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InterBattery) 2015’에서 삼성SDI는 종이처럼 얇은 배터리를, LG화학은 전선 형태 배터리를 선보이며 웨어러블기기 시장에 타깃을 맞췄다. 에너지밀도를 높여 인체뿐 아니라 옷의 어떠한 곡선에도 붙일 수 있는 기능성을 부각시켰다.
LG화학은 전선 형태의 ‘밴드형 와이어(Wire)’ 배터리 기술을 첫 공개했다. 기존 플렉서블 배터리가 사람 손목 곡률반경인 30R 정도에 멈추는 한계를 넘어 이 제품은 위, 아래로 완벽하게 접을 수 있는 15R 수준까지 구현했다. 시계줄이나 이어폰·허리띠 등에 전기를 저장한 후 별도 배터리 없이 각종 모바일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독자 보유한 ‘스택앤폴딩(Stack & Folding, 쌓고 접기)’ 기술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워치용 육각형태 ‘헥사곤(Hexagon)’ 배터리, 계단형태 스텝 배터리 등 어떠한 형태의 기기에도 맞춤제작이 가능한 프리 폼 배터리를 대거 선보였다.
삼성SDI는 섬유처럼 자유자재로 휠 수 있는 유연성과 고집적 에너지밀도를 자랑하는 차세대 배터리 ‘스트라이프 배터리’와 ‘밴드 배터리’ 공개로 맞섰다. 스트라이프 배터리는 목걸이, 헤어밴드, 티셔츠 장식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어 활용성이 뛰어나다. 이들 배터리 내·외장재 설계부터 첨단 소재기술을 적용, 두께 0.3㎜ 초슬림에도 실링 폭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유사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효율을 높였다. 밴드 배터리는 손목 둘레 수준의 곡률 범위 내에서 약 5만번 이상 굽힘 테스트 후에도 정상 작동이 가능해 실용성을 높였다.
두 회사는 미래형 배터리 단순 전시뿐 아니라 배터리가 적용된 기기를 직접 시연하도록 해 상용화에 근접했음을 보여줬다.
삼성SDI와 LG화학이 선보인 배터리는 같은 웨어러블 형태지만 용도에 따라 용량과 공간효율 등 각각의 장단점은 달리한다. 기존 리튬계 전지기술을 기초로 두 회사의 고도화된 소재기술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올해 두 회사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한 원통형 배터리 제품도 한층 강화됐다. 소형전지지만 테슬라가 전기차에 처음 적용하며 중대형 분야 활용 가능성도 확인시킨 만큼 원통형 배터리 기술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양사는 원통형 배터리로 전기자전거 전동공구, 청소기 등 시장을 더 깊숙이 파고들 계획이다.
LG화학은 비IT분야 시장 공략을 위한 원통형 배터리 신제품인 ‘20650’을 선보였다. ‘20650’은 지름 20㎜, 길이 65㎜ 규격으로 기존 배터리 표준 제품인 ‘18650(지름 18㎜, 길이 65㎜)’ 제품보다 용량을 24% 이상 개선했다. 최근 ‘20650’ 원통형 셀을 적용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600Wh 배터리 팩을 전기자전거에 적용, 한번 충전에 120㎞ 이상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형배터리 부문 글로벌 1위인 삼성SDI도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골프카트 등의 뉴 애플리케이션용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