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가을 무가 인삼보다 좋은 이유

우리나라에서 지역에 따라 ‘무수’ 혹은 ‘무시’라고도 부르는 ‘무’는 말 그대로 무시하면 안 되는 채소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단연 배추다. 그 다음으로 많이 먹는 채소는 양파와 바로 이 무다.

[KISTI 과학향기]가을 무가 인삼보다 좋은 이유

무는 한자로 나복(蘿蔔)이라고 한다. 무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동쪽으로 넘어와 중국에 전해진 것이다.

중국에서도 무는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채소 중 하나다. 기원전 10~6세기 고전인 ‘시경’에도 ‘저(菹)’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부터 무가 중요한 채소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보면 지금의 시원한 동치미를 이미 고려시대부터 만들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무는 사시사철 재배가 가능하지만 사실 가을인 지금이 제철이다. 가을철에 수확하는 무는 특히 더 아삭아삭하고 특유의 단맛이 풍부하다. 게다가 영양도 많아 가을철 무는 그 자체로 보약이다.

무는 100g당 13㎉로 열량이 낮고 섬유소가 많아 영양과잉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특히 좋다.

칼슘과 칼륨 같은 무기질도 풍부한 편이다. 무 100g당 비타민C 함량이 20∼25㎎이나 돼, 옛날에는 가을철 수확해 땅속에 저장한 무는 채소가 없는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 무에는 수분이 약 94%, 단백질 1.1%, 지방 0.1%, 탄수화물 4.2%, 섬유질 0.7%가 들어 있다.

무는 또 비타민C, 포도당, 과당, 칼슘 같은 각종 약용성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어 약용 가치로도 매우 뛰어나다. 최근 연구에서 무의 생리활성물질은 항산화기능을 가져 암과 같은 질병을 억제한다는 기능이 밝혀지기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무 한 조각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옛날에는 소화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제 무에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있어 소화를 돕는다.

우리 조상들은 생활 속에서 이 지혜를 알았던 것 같다. 특히 잘 발효된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을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떡 상차림에는 반드시 동치미를 함께 올렸다.

무를 조금 먹으면 헛배가 부르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 또 무는 열을 내리게 하고 변도 잘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 생 무즙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혈압과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은 생 무즙을 활용해 봄직하다.

가을철 무는 달고 단단해 떡을 만들면 은은한 맛과 향이 난다. 겨울철이면 무시루떡을 해 먹는데, 기존의 시루떡에 무를 넣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분 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풍부해 무를 떡에 넣으면 소화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수분이 많아 목 넘김을 좋게 한다.

무에는 독특하게 톡 쏘는 맛이 있는데, 이것은 무에 함유된 티오글루코사이드가 잘리거나 파괴됐을 때 글루코사이다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티오시아네이트와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분리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나타내는 것이다.

무는 옛날부터 김치나 깍두기로 많이 먹었고 무말랭이나 단무지까지 그 이용이 매우 다양하다. 된장이나 고추장 속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생선을 지지거나 조릴 때 무 한 토막 넣고 지지면 생선보다 더 맛있는 조연이 바로 무다.

줄기는 무를 수확한 후 따로 모아서 시래기를 만든다. 바로 먹을 것은 생으로 보관하고 나머지는 삶아서 한 번에 먹을 만큼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두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

줄기를 끈으로 엮어 그늘에 달아두면 필요할 때마다 삶아서 나물을 할 수도 있고, 대보름날 맛있는 시래기나물로 먹을 수 있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