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퇴출 시대…세계는 지금 비현금화 도입 전쟁 중

주요 선진국 중심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촉발됐다. 머지않아 지구촌 금융시스템은 현금이 필요 없는 ‘비현금화’가 현실이 되고 IT 기반 비대면 전자금융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6일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이 전자적 수단을 사용해 지불결제만을 허용하는 ‘현금 없는 사회’ 추진 방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현금 없는 국가 추진위원회’를 정부 주도로 발족시켰고 프랑스 역시 현금 폐지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9월부터 현금 결제 상한액을 1000유로로 제한했다.

덴마크에서는 일부 소매업종에 대해 현금 결제를 강제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 중이며 스웨덴은 대중교통 요금 현금결제를 제한하고 약 70% 시중은행이 전자적 결제수단 만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캐나다와 홍콩, 싱가포르도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현금 없는 사회는 현금으로 유발되는 비용을 감소시켜 경제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현금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보면 북유럽 국가는 GDP 대비 약 0.3%로 낮은 수준이지만 러시아는 1.1%에 달했다. 이 중 세수 결손으로 인한 정부 손실이 약 1000억달러로 가장 높다. 메킨지 자료에 따르면 현금결제 비중이 50% 이하인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12%인 반면에 현금결제 비중이 80% 이상인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32%로 갑절 이상 높게 나타났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현금 없는 사회는 경기 불황 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현금 사용으로 유발되는 각종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연구소는 현금 없는 사회가 경제 시스템 각 부문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도 현금 없는 사회 진입 이전 단계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분류됐다.

미국, 독일, 싱가포르와 동일한 단계다. 우리나라의 비현금화가 이 수준까지 도달한 것은 정부 당국이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 카드 소득공제 혜택과 가맹점에 적용한 의무수납제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국내 비현금화 준비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69점에 머물고 있다.

높은 신용카드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국내 지하경제 규모는 아직까지 OECD 평균(18~20%)을 크게 상회(25%)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이며 지난해 세수결손 규모는 10조9000억원으로 3년 만에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현금 없는 사회가 본격 추진된다면 국내 경제 전반의 비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 강화와 현금보유, 관리 비용을 높이는 대책 마련 △비현금 지불결제 서비스 제공업자의 수익구조를 고려한 정책 추진 △지불결제 시스템 참여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제안했다.


[표] 해외 주요국가 비현금화 추진 현황 (자료:여신금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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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