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7년차 CEO 노하우 공개

경기도 안양 인덕원 15평 규모 작은 사무실. 책상은 6개 있지만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유재형 사장이 운영하는 전자태그(RFID)·안테나 제조업체 알에프캠프다. 혼자 운영하는 회사지만 서비스가 아닌 제조업체라는 점이 이채롭다.

1인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7년차 CEO 노하우 공개

알에프캠프는 애초 1인 제조기업은 아니었다. 관세청 공무원, 외국계 금융사 임원 경력이 있던 유 사장이 2004년 창업한 회사는 한때 중국에 생산 공장까지 둘 정도로 꽤 잘나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RFID 성장이 더디고 금융위기 이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2009년부터 1인 제조 기업으로 전환했다.

유 사장은 “1인 제조기업을 보며 창조나 혁신 같은 멋진 표현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생존 차원에서 모든 일을 직접 하게 됐다”며 “새로운 일보다 기존 사업과 아이템에서 경험을 살리면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알에프캠프는 현재 연매출 10억~15억원에 영업이익 15~25% 수준이다. 50여개국에 수많은 고객사를 두고 매출 가운데 90%를 해외에서 얻는다. 큰 발주는 없지만 유럽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도 매년 수천만원 주문이 나온다. 대부분 고객사는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 메일로 주문을 받는다. 대신 공급 약속은 칼같이 지켰다.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공급을 못 하겠다고 했다. 작은 회사인 만큼 신뢰가 한번 어긋나면 바로 일감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제품 생산을 맡는 협력사는 경기 일대 여러 곳으로 분산했다.

일인 기업이지만 법인과 개인을 완전 분리했다. 책상을 여러 개 두면서 각 PC에서 시장조사와 제품기획, 마케팅, 재무 업무를 따로 관리한다.

그가 생각하는 1인 제조기업 지향점은 고성장보다는 ‘지속 가능’에 있다. 좋은 아이디어로 단번에 대박을 낼 사업보다는 꾸준히 이어갈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젊은 층보다는 일정 부분 경험을 갖춘 경력자가 도전하는 게 좋다고 그는 말한다.

“1인 서비스회사는 항상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지만 제조 기업은 작은 분야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아이템에서 품질과 노하우로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고 했다.

7년간 경험에서 1인 제조기업 몇 가지 팁도 제시했다. △개인·가정과 회사를 분리할 것(가급적 주식회사 형태가 좋다) △시장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작더라도 자신만의 분야에 집중할 것(시류에 편승하면 경쟁이 치열해진다) △특정 고객에 의존하지 말자(매출 급변동 요인을 차단하라. 접대하지 않아도 된다) △주문을 받아 만들지 말고 만들어 놓은 것을 팔아라(자기 물건을 팔면 된다. 제품 개발을 주문받으면 역량이 분산된다) △고객보다 협력사에 더 관심을 두라(고객은 이탈하지만 좋은 협력사는 오랜 기간 우군이 된다) 등이다.

유 사장은 1인 제조기업은 혼자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제품 기획이나 고객사 소개, 생산해줄 협력사, 해법을 조언할 멘토까지 좋은 이를 항상 주변에 둬야 한다. 그렇다고 술친구나 급할 때 돈을 빌려줄 지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매일 시간대마다 처리할 일이 있어 술과 저녁 모임을 끊었다”고 했다.

현재 젊은 층에 집중되는 정부 창업 지원정책에도 한마디했다. “초기 창업기업에 지원되는 자금은 자칫 거품을 만들기 쉽다”며 “이보다는 재기하는 기업인 지원에 집중해야 도전과 성공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인 제조기업 강점 가운데 하나는 유연성이 꼽힌다. 조직이 작다 보니 빠른 결정과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1인 제조기업은 빠른 의사결정이 강점이다. 합리적이라면 당장이라도 사업을 접을 수 있어야 한다”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각종 보험(노란우산공제 등)에 창업 때부터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그간 경험을 토대로 최근 ‘1인 제조’라는 책을 냈다. 다른 대안이 없어 선택한 길이지만 1인 제조기업 경쟁력과 장점을 주변에 알려보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정부와 공공기관, 대학, 기업체 등에서 강연 요청도 많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