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네트웍스가 7테라급(Tbps) 백본(기간망) 스위치 개발에 성공했다. 외산 장비 일색인 대용량 통신장비 시장에 국산 백본 스위치가 출시되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업·공공 분야 장비 국산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제조사 간 테라급 장비개발 경쟁도 본격화됐다.
다산네트웍스는 3년 개발 끝에 7Tbps 이상 대용량을 지원하는 ‘V8600’ 시리즈(V8605, V8607)를 개발, 출시했다고 2일 밝혔다.
7Tbps는 HD급 영화를 1초에 5000편 전송할 수 있는 성능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국산 통신장비 중 최대 용량이다. 다산네트웍스는 V8600 출시로 백본망에서 가입자망까지 경쟁력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V8600 시리즈는 대용량뿐만 아니라 기존 국산 제품에서 볼 수 없었던 각종 가상화 기술과 보안 기능을 갖췄다. 저전력 시스템 설계로 운용비용도 절감했다. 무제한 인터넷 주소(IPv6)와 다중 프로토콜 라벨 스위칭(MPLS)으로 확장성을 높였다. MPLS는 장애 발생 시 트래픽을 신속히 우회시켜 정보 유실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민병곤 다산네트웍스 스마트사업부장은 “우수한 성능의 백본 스위치를 출시함에 따라 외산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과 공공시장에서 외산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차기 모델 개발에 주력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Tbps급 백본 스위치 부재는 기업·공공시장 국산장비 도입의 걸림돌이다. 고객은 동일 브랜드로 전체 스위치군 구매를 선호한다. 백본이 외산이면 가입자망 등 하위 레벨 스위치도 외산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국산 업체가 외산과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5년 2분기 기준 국내 백본 스위치 시장 외산 점유율은 95%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업·공공시장에서 전체 스위치 장비 점유율로 이어진다. 시스코(50%)가 절반을 차지하며 HP, 익스트림네트웍스, 알카텔루슨트, 주니퍼네트웍스 등 외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산은 일부 중소기업 위주로만 공급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가 7Tbps 백본 스위치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테라급 경쟁이 본격화됐다. 다산네트웍스는 지난 3월 2Tbps급 백본 스위치(V8400)을 처음 선보였다.
지난 8월에는 유비쿼스가 2Tbps, 4Tbps급 백본 스위치(E8000 시리즈)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LG유플러스와 공동 개발한 이 장비는 시험검증과 시범운용을 거쳐 LG유플러스에 대량 공급된다. 유비쿼스는 10Tbps급 이상 장비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우직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네트워크CP는 “국내 기술로 대용량 장비를 개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향후엔 용량뿐만 아니라 품질·기능 측면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차별화된 기능 개발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