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주력산업 저성장...삼성, ‘성공 방식’까지 확 바꾼다

삼성 주력산업에서 저성장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조직체계와 일하는 방식, 조직 문화를 포함한 새로운 ‘성공 방식’ 정립이 필요해졌다.

최근 삼성은 판매관리비 절감과 인력 재배치 등을 단행하며 변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위산업에 이어 최근 화학부문까지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도 나섰다.

삼성은 그동안 세트 조립의 강자였다. 하지만 더는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소프트파워를 보강하고 TV나 스마트폰을 보완, 대체할 신산업도 서둘러 찾아야 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날의 성공방식에만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슈분석]주력산업 저성장...삼성, ‘성공 방식’까지 확 바꾼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보강 시급=삼성은 그동안 세계 최고 반도체, 디스플레이(부품)에다 최고의 조립능력을 결합해 TV와 스마트폰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모두 하드웨어 기술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최근 전자산업 트렌드 변화가 뚜렷하다. 주요 완성품에서 하드웨어 이외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점점 중요해진다. 생산 시설이 없는 애플은 강력한 기획 능력만으로 스마트폰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애플은 자신만의 독자 운용체계(OS)로 시장에서 고립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충성도 있는 소비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중국 샤오미도 유사 전략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도 자체 OS 주도권으로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이 ‘타이젠’ 확산화에 집중하는 이유다. 향후 전자기기는 모두 ‘연결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 본연의 기능을 하는 제품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연결하면서 발생하는 부가기능, 이와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 확보도 중요하다.

주변 협력사(부품, 서비스 포함)와 좋은 생태계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쟁자와 콘텐츠·서비스 제휴도 할 수 있는 시대다. 소프트파워를 위해서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직접 연구개발(R&D)해 적용하던 움직임은 큰 의미가 없다. 필요 기술을 가장 빨리 소싱하는 게 더 중요하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 발굴해 육성해야=‘부진즉퇴(不進則退)’라 했다. 현 산업에 안주해서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변화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은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다. 스마트폰과 TV 역동성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이를 보완·대체할 산업을 찾아 육성해야 한다. 삼성이 주목하는 신성장 분야는 다양하다. 우선 사물인터넷(IoT)은 통신과 가전, 부품산업 전반에 기회를 줄 아이템으로 주목도가 높다. 다양한 시제품과 연구개발이 이어졌다. 이제는 기술 과시를 넘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설 때다.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 기업용 폰 등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도 보다 공격적 접근이 요구된다.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바이오에 부쩍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자동차부품사업도 차세대 먹거리 주요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바이오와 전장부품에서 본궤도에 오르기 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긴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 주력산업이 버텨주는 동안에 중장기 관점 미래 먹거리 산업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퍼스트무버’로 체질 변환 속도내야=삼성은 그동안 ‘캐치업’에 강했다. TV에서는 소니를 따라가는 전략을 펴다 디지털 전환 시점에 맞춰 단번에 1위로 도약했다. 후발주자였던 스마트폰에서도 불과 몇 년 만에 애플을 따라잡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제 벤치마크 대상은 많지 않다. 후발주자 추격을 뿌리치며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위치다.

퍼스트무버가 되려면 그동안 쌓아온 하드웨어 경쟁력 이외에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기획부터 개발, 운영, 사후 관리 전반의 사업 재점검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도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선 기존 주력사업에서 파생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 주변 생태계와 연계해 단품 판매이외에 서비스 차원의 수익모델도 발굴해야 한다. ‘삼성페이’처럼 자체 비즈니스를 만들면서 삼성 폰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릴 수단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