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는 삼성페이가 복병을 만났다. 현대카드로 촉발된 ‘전표수거료 미지급’ 문제가 카드업계와 밴업계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며 유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와 협의에 나섰던 밴사는 해결 기미가 안 보이자 아예 삼성전자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삼성페이 전표수거료 문제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거나 상용화를 앞둔 모든 간편결제 서비스 수수료 문제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카드사, 밴사, 서비스 사업자 모두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마리를 풀 묘책도 보이지 않는다.
카드사와 밴사 간 주장도 여전히 평행선이다.
카드업체는 ‘페이’ 특성상 사전 인증을 거친 상태인데 왜 전표수거가 필요하냐고 주장한다. 밴사업자는 수십년간 카드사를 대행해 서비스해온 비즈니스 모델에 아예 돈을 안 주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삼성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결제 서비스 주체는 삼성전자지만 전표수거와 가맹점 서비스는 카드사와 밴사 간 계약에 따라 이뤄진다. 이 때문에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삼성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삼성페이가 현재보다 좀 더 오프라인 시장에서 안착되기 위해서는 카드사와 밴사 간 유기적 관계가 필수다. 자칫 사업 참여자 간 이견이 발생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밴업계는 삼성전자가 전표 수거료 문제에 적극 관여해 해결해달라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비스 중단까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밴 서비스가 중단되면 삼성페이 결제 자체가 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카드사도 내심 삼성전자가 전표수거료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밴 수수료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 카드사가 총대를 메고 밴업계와 반목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 전표수거 중단 사태가 명분 싸움으로 비화되는 건 막아야 한다”며 “서비스 주체인 삼성전자가 중재 역할을 한다면 양측 간 타협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밴사도 서비스 중단까지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만한 대안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삼성전자는 곤혹스럽다. 하지만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삼성페이 확대 전략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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