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로 새 도전…고급차 10년 절치부심 성과 본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은 현대차의 새로운 도전이다. 현대차는 그간 가성비를 앞세운 대중차로 글로벌 생산·판매 5위에 올랐다. 이제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에 나선다. 상품으로 출발한 제네시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고급차 시장 도전 자신감을 줬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다음 달 출시할 `제네시스 EQ900` 실루엣을 공개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다음 달 출시할 `제네시스 EQ900` 실루엣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쇳물(현대제철)부터 완성차까지 생산할 수 있는 역량, 맹목적 첨단화가 아닌 인간 중심 기술 선택·적용을 새 브랜드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10여년간 절치부심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세계 시장 성적표가 주목된다.

◇왜 고급차인가…글로벌 자동차 산업 새 먹거리로 ‘성장 2막’ 도전

세계 고급차 시장은 자동차 산업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와 현대차에 따르면 세계 고급차 시장은 금융위기로 위축됐지만 지난 5년간 연평균 판매 증가율이 10.5%를 기록했다. 이는 대중차 시장 증가율 6.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자동차 고객 성향도 개인 만족과 경험을 중시하는 등 다변화됐다.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뉴 럭셔리’로 정의하는 이유다. 무조건 값비싼 소재와 기술을 사용하기보다 소비자가 직감할 수 있는 안전·편의 기술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세계 고급차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 ‘성장 제2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는 연간 800만대 차량을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톱5 제조사지만 수익성이 약점이었다. 대중차만 판매해서는 글로벌 위상에 맞는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

반면 고급차는 적게 팔더라도 수익성이 높다. 지난해 주요 완성차 그룹 11곳 실적을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 대표 주자 BMW와 다임러 영업이익률이 8.8%로 나타났다. 이는 GM, 포드, 토요타, 혼다, 닛산 등 대중차 위주 브랜드 평균 영업이익률 3.9%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은 “무조건 비싼 기술을 적용하기보다 비용과 관계없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적극 적용할 것”이라며 “고객이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에서 조화로운 완결성이 느껴지도록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제네시스인가…현대차 최고 수작으로 ‘창세기’ 연다

제네시스는 원래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호평 받은 현대차 모델이었다. ‘창세기’라는 어원처럼 현대차 성능이 제네시스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현대차 최초 후륜구동, 최첨단 지능형안전시스템 등 선행 기술을 아낌없이 적용했다. 현대차가 국내 시장 최고급 세단 ‘에쿠스’가 아닌 ‘제네시스’를 새 브랜드명으로 낙점한 이유다.

현대차는 당초 2004년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하면서 새 브랜드 론칭을 준비했다. 목표 시점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며 고급차 시장이 위축돼 연기했다. 약 10년간 고급차 브랜드를 위해 ‘절치부심’한 셈이다.

그 동안 제네시스는 단일 차종으로 세계 시장을 질주했다. 미국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상을 5회나 수상했다.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테스트에서 승용차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았다. 같은 해 미국에서 잔존가치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캐나다, 러시아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이 같은 선전이 고급차 시장 도전 자신감을 줬다.

◇어떤 제네시스인가…“인간 중심 뉴 럭셔리”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을 ‘인간 중심의 진보’로 정했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사실상 ‘신인’이기 때문에 다른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와 차별화가 필요하다.

기존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지능형안전시스템을 최적화해 탑재한다. 사고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고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외부와 단절이 없도록 통신 기반 ‘카 커넥티비티’ 기술도 제네시스 강점으로 부각한다.

디자인에서는 ‘동적인 우아함’을 추구한다. 제네시스 차량은 모두 후륜구동이다. 기술 특성상 주행 역동성과 날렵한 디자인을 뽑아내는 데 유리하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호평받은 ‘비전G 쿠페’가 제네시스 정체성을 대표한다.

내부에 가죽과 목재 등 최고급 소재를 적용하고 개인 설정이 가능한 계기판을 사용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조화로 차량 내·외부에서 균형감과 조형미를 드러낼 계획이다. 내달 출시하는 EQ900(에쿠스 후속)이 비전G 쿠페 특성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