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인구 3만명의 작은 어촌이 이제는 3000만명(거주인구 2000만명)이 소비하는 창업과 벤처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들 가운데 5%는 순수한 선전시민이고 나머지 95%는 중국 내 다른 지역이나 글로벌 기업 전문 인력이다. 중국 개혁·개방 1호 도시답게 최적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이 돌아가고 독창적이고 실용적인 디지털 전자제품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진다.
홍콩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로 제2 홍콩이라 해도 손색없다. 때문에 홍콩이 가진 금융과 물류 시스템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심지어 ‘선전에서 성공한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말이 등장할 정도다. 최근에는 글로벌 IT기업이 주목하면서 바이오, 헬스케어, 미용 등 IT가 아닌 일반기업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선전에서 성공은 글로벌로 통한다
중국 선전은 지난 1월 리커창 총리 방문으로 창업 메카로 주목받았다. 또 올해 3월 미국 타임스퀘어에 ‘Made with Shenzhen’이라는 광고를 내는 등 제조업 창업기업 유치에 한창이다. 지난 6월 세계 최고 하드웨어 창업박람회인 ‘Shenzhen Maker Fair’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창업 열기도 최고조다.
글로벌 IT기업도 선전을 주목하고 있다. 법인과 지사 설립이 잇따르고 전문 엔지니어 방문이 줄을 잇는다. 이들이 선전으로 몰려오는 특별한 이유는 13억6000만명의 중국 소비자가 진단하는 제품의 가늠자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선전은 엄청난 시장 규모와 함께 아이디어만 있으면 금방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다양한 아웃소싱 기업이 수두룩하다.
중국 최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전문기업 ‘잉단’의 이붕 총경리는 “한 달에 잉단을 방문하는 스타트업만 300개가 넘는다. 우리에게 제품 콘셉트만 가져오면 디자인과 부품수급, 제조, 마케팅,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선전에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면 소비자 반응을 3일 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전체 시장수요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2013년 설립된 잉단은 6000여개 협력사와 500개 하청업체를 갖고 있다.
이붕 총경리는 “글로벌 기업과 중국 내 많은 창업자들이 몰리는 만큼 선전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곧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올해 안에 10만개 제품을 유치할 계획으로 특히 반도체, 헬스케어 분야 한국기업과 협력을 크게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품이라면 뭐든지 짝퉁으로 만들어내는 중국 특유 도전정신이 창업하기 좋은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한 달이면 시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선전이다.
박은균 KOTRA 선전무역관장은 “이제 중국은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더 이상 외국이 아니다. 한중FTA가 발효되는 내년이면 중국은 우리나라 거대 내수시장이 될 것”이라며 “한국 청년, 스타트업, 벤처기업은 막연한 중국시장 기대를 가질 것이 아니라 직접 선전으로 와서 창업하고 부딪혀보면 성공에 대한 해답을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려면 선전으로 와라
“화창베이에서는 헬리캠 드론을 20분이면 조립해 하늘에 날릴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200만원이 넘는 헬리캠 드론을 선전 화창베이에서는 2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격과 규모 경제에서 이제 중국은 짝퉁만 만드는 나라가 아닙니다.”
창업 엑셀러레이터 전문기업인 레전드스타 매시 매니저 말이다. 중국 선전에는 IT제품을 판매하는 종합유통상가인 ‘화창베이’가 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10배 규모다. 화창베이 거리에는 삼성전자 같은 국내 브랜드는 물론 요즘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샤오미 오프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 상점들이 즐비하다.
특히 화창베이가 주목받는 것은 IT 완제품 이외에 칩, 기판, 패널 등 전자부품을 판매하는 상가들이 국내 백화점 크기 수십 개 건물에 입점해 기업고객을 맞고 있다. 선전은 세계적인 전자부품 생산기지로 급부상했다. ‘선전에 가면 구하지 못하는 전자부품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화창베이에는 10만곳 이상의 전자부품 상점이 있다.
노희진 마이로보 사장은 “선전이 3D프린터와 드론 최대 생산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화창베이에서는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전은 부품소재 기업들이 많고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에는 작은 가내수공업식 공장부터 아이폰을 주문 제작하는 폭스콘이나 콴타 같은 회사들이 있다. 이런 공장들은 작은 스타트업과 협업을 필수로 생각한다. 소량 프로토타입 제품 제작을 요구해도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거절하지 않고 생산 일정을 맞춘다.
이런 제조산업 활성화는 선전이 글로벌 물류거점으로 안착하는데 일조했다. 텐센트, 화웨이, ZTE 등이 선전에 본사가 있고 세계 드론시장을 재패하고 있는 DJI도 선전에서 탄생했다.
모철용 어보브반도체 마케팅팀 차장은 “선전은 계획도시로 많은 다국적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IT관련 업체와 메이커 기업 진출이 늘면서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며 “다양한 디지털 전자제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반도체(MCU) 관련 업체가 상당수 자리를 잡으며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선전에는 100여개가 넘는 창업 엑셀러레이터와 창업컨설팅 기업이 존재한다. 아이디어가 좋은 기업은 투자받을 수 있는 벤처투자사가 많다는 이야기다.
[소박스] 중국 전자상거래에 ‘성공진출 틈새’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온라인 시장은 약 13조2000억위안(2조2000억달러)으로 2013년 대비 28.5% 확대되고 있다. 이는 GDP 성장률 7.4%의 약 3.9배에 해당한다.
2014년 온라인 B2B 시장은 약 10조4000억위안으로 2013년 대비 20.9% 성장했으며 온라인 소매 시장은 약 2조8000억위안에 달해 49.7% 성장했다. 또 사회소비재 소매총액은 26조2000억위안으로 온라인 소매 총액이 약 10.7%를 차지해 온라인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광영 KOTRA 중국지역본부장 겸 베이징무역관장은 “중국 정부는 내년 말까지 온라인 시장 거래규모를 22조위안, 온라인 소매 총액은 5조5000억위안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올해 5월 중국은 ‘인터넷+유통 액션플랜’을 선언해 전통 유통업, 제조업 분야와 모바일인터넷 IT분야 등과 접목시켜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줄여 내수 진작을 도모하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전은 제조·물류·금융 인프라를 보유한 전자상거래 최적 도시로 변모했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전자상거래 발전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로 선정됐다. 2014년 선전의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1조5700억위안으로 전국 거래액의 11%를 차지했다. 또 선전 전자상거래 가운데 B2B 거래액은 1조3952억위안으로 전체의 92.6%다. 반면에 B2C 거래액은 1114억위안, 7.4%, C2C 거래액은 3억위안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선전의 전자상거래 기업 수는 중국 전체 기업의 약 60%다. 중국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데 전자상거래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선전이 오프라인 무역에서 온라인 무역으로 업종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은 세계 3대 물류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라인 결제가 활발한 지역으로 지난해 국제 전자상거래 시범도시로 채택됐다.
박은균 선전무역관장은 “지난해 선전의 모바일 전자상거래는 전년보다 103% 증가한 530억위안을 기록했다”며 “이는 선전 전체 전자상거래의 3.5%, 전국 모바일 전자상거래 교역액의 19.1%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선전 모바일 전자상거래 거래금액은 많지 않지만 텐센트를 중심으로 IT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우수 인재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관장은 “한국에서 선전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70%가 전자부품인 만큼 중국 최대 전자부품 B2B 유통 플랫폼인 화창전자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화창전자왕은 세계 최대 전자상가인 화창베이 오프라인과도 연계돼 있어 오프라인 매장으로서의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박스] 인터뷰/노희진 마이로보 사장
“선전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기관은 KOTRA가 유일합니다. KOTRA 역시 1인 무역관 형태여서 행정적 지원을 받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사출장소라도 마련해 부족한 행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2008년 교육용 로봇키트를 통해 중국 선전에서 창업한 노희진 마이로보 사장의 말이다. 선전은 등소평이 만든 계획도시다. 인구 3000만명 거대도시로 발전했지만 지금도 아파트형공장과 생산시설이 더 건설되고 있다.
노 사장은 “자국산업 위주 지원정책을 펴는 중국이 선전에 진출한 한국기업에게 혜택을 줄 여지는 없다”며 “중국 업체와 협업해서 시장을 공략하려고 해도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한국 정부기관이 없다보니 기회요인을 많이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로보 교육용 로봇키트를 중국의 학교나 로봇학원, 유치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 50억원을 계획한 마이로보는 중국 이외 20여개국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선전은 창업바람이 불면서 로봇키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전 정부가 IT나 메이커 분야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적극 구축하면서 경쟁기업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노 사장은 “선전은 SW보다 HW가 더욱 활성화되어 있다. 인큐베이팅과 정부기금도 상당하다”며 “한국 기업이 선전에 진출하려면 중국 업체와 합작법인 형식을 띠는 것이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선전은 창업 붐이 일면서 한국 IT엔지니어 방문이 잇따르고 있고 반도체 관련 현지기업 협업사업 발굴과 영업 전문 인력이 상당히 늘고 있다. 특히 드론, 바이오, 로봇 등 창의와 혁신적인 사업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제조 산업은 줄어들고 신시장과 디지털로 대변되는 ICT산업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는 게 현지 진출 기업의 공통된 목소리다.
노 사장은 “선전에 진출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한국기업들은 한국계 은행이나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경우는 전무하다”며 “영사출장소가 안 된다면 KOTRA 한국 직원이라도 더 늘려 행정 업무를 지원받을 수 있게 도와줬으면 기업경영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IT나 바이오 등과 관련된 대한민국 청년들이 선전에 많이 진출해서 도전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사장은 인터뷰를 끝나자 곧바로 영사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동차로 3시간이 소요되는 광저우 총영사관으로 향했다.
선전시 7대 주요 목표
자료=KOTRA
최근 한국의 선전 교역 추이 (단위:백만달러, %)
자료=KOTRA
2014년 한국의 선전 수출품목 (단위:만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