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이슬란드, ‘북극항로’ 협력…내년 양자간 북극정책 협의회도 추진

우리나라가 아이슬란드와 ‘유라시아 바다지름길’로 불리는 북극항로 개척에 협력한다. 인도양 항로에 비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30% 이상 거리가 단축돼 다양한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극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이슬란드 대통령 방한은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이다. 양국은 내년부터 북극정책 계획을 상호논의하는 양국 정부간 정책협의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7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아이슬란드 북극포탈(Arctic Portal)간 교류협력 양해각서(MOU)에 이어 정책협의회 구성까지 추진키로 함에 따라 향후 북극항로 개척 협력에 한발씩 더 다가섰다. 북극이사회는 북극권 환경보호와 지속가능발전을 논의하는 북극권 국가·정부간 고위협의체이며, 북극서클은 그림손 대통령 주도로 설립된 국제포럼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잇는 기존 인도양 항로에 비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거리가 32%(2만2000㎞→1만5000㎞) 단축되고, 운항 일수는 10일(40일→30일) 줄어든다.

북극항로는 짧지만 얼음이 두꺼워 동절기엔 이용이 쉽지 않다. 현재 하절기인 7∼10월 4개월간 경제적 측면에서 운항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 해빙으로 2030년쯤엔 연중 북극항로 일반 항해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자간 북극정책협의회를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협력 토대를 마련했다”며 “유럽과 아시아 연결 지름길인 북극항로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친환경에너지 관련 경험과 기술을 교류하고,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도 함께 협력해 대응하기로 했다. 아이슬란드는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수요의 100%(수력 71%, 지열 29%)를 충당하는 친환경에너지 선도국가다. 아이슬란드는 전국토의 80%인 화산지대를 활용한 풍부한 지열에너지 자원과 지열굴착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번 그림손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다양한 교류 행사도 열기로했다. 북극투자협약 관련 비즈니스 간담회, 한국 경제단체 주최 간담회, 대우조선해양·현대글로비스 등 우리 기업과 북극협력 간담회 등도 잇따라 열린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