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2주간의 ‘골든타임’에 들어갔다. 연내 1차 관세 인하를 위해선 늦어도 이달 26일까지 국회 비준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1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도 한중 FTA 비준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여당은 한중 FTA 비준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노동 개혁 5개 입법 우선 처리를 주장했지만 야당은 전월세난 해결과 누리과정 예산 대책이 급하다고 맞섰다. 지난 6월 5일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5개월 넘게 ‘공회전’만 거듭한 셈이다. 한중 정상이 협정 타결을 선언한 지 1년, 첫 협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준비만 3년 6개월이 걸린 역사적 성과가 ‘잃어버린 1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위기다. 우리 경제 영토를 확장하고 북한까지 포함한 경제통합과 통일로 가는 첫 관문인 한중 FTA 비준을 대승적 차원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중 FTA 비준 동의안 조속한 통과는 지난 6월 국회 동의안 제출 이후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산업계가 지속해온 요구다.
12일 청와대가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내에 민생 관련 법안 처리와 한중 FTA 비준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힌 것도 연장선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 11일 “우리 농업이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중 FTA 조속한 비준 동의를 촉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등 FTA민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을 직접 만나 빠른 비준 동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는 여야 간 치열한 정쟁으로 시간만 흘려보냈다. 지난 8월 31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현안 보고를 한 차례 거치고 지난달 13일 외통위에 비준 동의안이 상정됐다. 뒤이어 23일과 26일 외통위 공청회를 열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30일 예정됐던 여야정 협의체가 무산된 것이 결정적이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중국발 황사 대책을 FTA 환경 분야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추가 협상을 요구했다. 이는 FTA 환경 부문에서 황사와 미세먼지 등 무역과 무관한 이슈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규정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중 양국이 지난달 말 ‘대기질 및 황사 측정자료 공유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점진적 대응 체계를 마련한 것도 이의 후속 조치다.
산업부 관계자는 “야당이 요구하는 FTA 추가 협상은 통상 관례상 현재는 불가능하다”며 “양 국 간 대기환경 정보를 공유하는 것처럼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한중 FTA 비준이 먼저”라고 밝혔다.
야당도 한중 FTA 비준 필요성에는 불가피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문제가 된 황사와 불법 어업, 식품 검열 문제 등 부대 협상을 정부가 책임 있게 약속한다면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야당도 국민정서·산업계 눈치를 보며 출구 전략을 짜고 있는 셈이다.
늦어도 이달 26일까지 비준 동의안 처리 마지노선이 짜인 배경은 법령 개정과 발효일 협의 등 40여일이 걸리는 양국 이행 준비기간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각 지방 세관에 공문을 보내고 각 세관은 전산 시스템 정비 등 실무적 준비 작업을 거쳐야 한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회의 비준만 필요한 상황이어서 우리나라 국회 비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중 FTA는 발효 후 매년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선형철폐 방식을 취하고 있어 협정 발효일에 즉각 1차연도 관세 인하가 가능하다. 또 2016년 1월 1일에 추가로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 자칫 발효가 해를 넘기게 되면 1차 관세 인하가 내년으로 넘어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한중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역사적 당위성과 추가 협상이 불가한 상황 등은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지난달 무산된 여야정 협의체가 조속히 열려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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