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가 출시 초기 김치를 보관한다는 고유 기능을 강조한 디자인부터 소비자 개인 취향을 가미해 집안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냉장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빠른 도시화로 장독대를 둘 여력이 없어진 탓으로 당시 김치냉장고는 처음 써보는 소비자를 위해 ‘장독대’와 비슷한 직관적 디자인을 채택했다. 장독대 뚜껑을 들어 올리듯 김치냉장고 뚜껑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여는 뚜껑형 김치냉장고 ‘딤채’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다맛’, LG전자 ‘칸칸 서랍식 김치냉장고’, 대우전자 ‘삼한사온’도 김치 보관 공간을 분리하는 등 업체별로 차별성을 꾀해 시장을 파고들었다.
2000년대 이후 뚜껑형 김치냉장고가 일색이던 업계에 스탠드형이 빠르게 출시됐다. 김치냉장고속 내용물을 보다 손쉽게 넣고 뺄 수 있는 스탠드형 디자인이다. 스탠드형 제품이 보급됨과 동시에 김치냉장고 외관에 패션화 바람도 불었다.
지갑, 가방에 주로 활용되던 꽃, 구름, 나무, 나비 등 문양을 김치냉장고 외벽에 가미했다. 김치냉장고 외관에 심미적 요소를 가미한 ‘감성적 디자인’ 등장이다.
LG전자는 서양화가 하상림, 조형예술가 함연주씨 디자인이 참여한 제품을 선보였고 삼성전자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씨 디자인을 가미한 김치냉장고를 선보였다. 대유위니아는 의상디자이너 김재현, 캘리그래퍼 김종건 등과 배추와 딤채 글자를 디자인화한 제품 ‘딤채 아트워크’를 출시했다.
김치냉장고 감성 디자인 시대 이후 업계는 ‘가치디자인’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며 심플한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련되고 깔끔한 메탈소재 김치냉장고가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지펠아삭 그랑데스타일508’을 출시하며 메탈 디자인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집이라는 공간을 자신만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으로 꾸미는 ‘홈퍼니싱’ 트렌드가 확산돼 업계도 이 추세에 부응하는 김치 냉장고를 선보이고 있다.
대유위니아가 출시한 딤채마망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네모 디자인에서 벗어난 곡선 디자인과 다양한 색감을 이용해 2030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김치냉장고 디자인은 선과 색 등 외관 변화를 이뤄내는 것뿐 아니라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늘고 있다. 올해는 스탠드형 대용량 김치냉장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5~11일 1주일간 김치냉장고 매출액이 전주 대비 약 40% 상승했다. 김치냉장고 연간 판매량 가운데 60%가 10~12월 김장철에 집중된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판매된 김치냉장고 월별 매출 비중 가운데 11월에 30% 이상이 몰렸다. 12월을 포함하면 50%에 육박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