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자율주행에 관심이 뜨겁지만 국내에서 자율주행 핵심기술 개발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등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술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는 일본이 최근 범부처 초대형 연구개발 사업까지 시작해 국내 산업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지난 10일 현대자동차가 초기 버전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 제네시스 EQ900을 선보이며 자율주행 시스템 탑재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이대로라면 관련 산업의 알짜는 모두 해외기업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2013년 기획된 정부 차원 ‘자동차 전용도로 자율주행 핵심기술 개발 사업’이 여전히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에 묶인 채 예산을 배정받기는커녕 시작도 못한 상태다.
사업은 완전 자율주행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부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주행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운전을 지원하는 정도인 레벨 0에서 시작해 손이나 발을 뗄 수 있는 수준(레벨 1), 손과 발을 모두 떼도 운전이 가능한 수준(레벨 2), 시선을 뗄 수 있는 수준(레벨 3), 완전 자율 주행 (레벨 4)으로 나뉜다.
나라별로 규제에 따라 레벨 1에서 2 수준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 중이다. 도로 인프라까지 갖춰야 하는 레벨 4 수준 완전 자율주행도 2020년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학계가 이 분야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자율주행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기획했다. 이 사업은 레이더·영상 기반 주행상황 인지 모듈, 통신모듈, 고정밀 복합측위 모듈, 스마트 액추에이터 등 10대 부품 개발과 주행차로 및 차간 거리 유지 서비스와 같은 5대 서비스 개발을 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관련 산업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총 248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술성평가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하지만 이어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 때문에 올 초 다시 미래부 기술성 평가를 다시 받아 예타 후보에 올랐으나 결과는 감감 무소식이다. 이번에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기획을 수정하고 기술성 평가를 또 받아야 해 1년 이상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이미 자율주행시스템 연구개발 테마를 분류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드맵을 작성했다. 내각부·경찰청·총무성·경제산업성·국토교통성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운전지원 고도화 프로젝트나 차세대 공공도로 교통시스템 개발을 위한 설계 사업에는 지난해 착수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V2X(Vehicle to X) 시스템에 대응하는 보안 개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자율 주행 및 커넥티드 자동차 추진현황 연구 보고서가 나온 것을 보고 일본의 신속한 대응에 놀랐다”며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은 한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인데 관련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 수준 정의. 출처 :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동차 전용 도로 자율주행 핵심기술 개발 사업. 출처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