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본지와 KOTRA는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KOTRA 본사에서 ‘신수출대륙 3중(중국·중동·중남미)을 가다’ 공동 기획을 총정리하며 3중 시장에 진출 경험이 있는 국내 기업 관계자와 3중 시장 진출 가능성과 전략을 진단했다. 기획 취재를 마감하고 향후 3중 시장 수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결산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IT 신 수출대륙 부각되는 중국, 중동, 중남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각 기업 진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국내 기업의 향후 활발한 3중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참석자
김동영(SME네트웍스 대표이사)
김문철(알서포트 글로벌사업본부장)
하찬호(LG CNS 금융/공공사업본부 스마트교통사업부 교통사업2담당 미주팀 부장)
한상곤(KOTRA IT사업단장)
사회=홍기범 전자신문 금융정책부장
◇사회(홍기범 전자신문 금융정책부장)=지난 10월 전자신문과 KOTRA는 공동 기획으로 중국, 중동, 중남미 각 시장을 직접 찾아가 국내 기업과 현지 IT기업 관계자를 만나 취재를 진행했다. 우리 수출의 가장 큰 경쟁력인 IT산업 해외 진출 가능성과 전력을 점검했다. 기획기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외교 성과인 3중 시장의 미래가치를 발굴하자는 취지였다. 3중에 우리나라 수출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상곤(KOTRA IT사업단장)= IT가 우리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이상이고 우리 수출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일본 엔저나 침체하는 중국 경기 때문에 전반적인 산업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도 IT부문은 선전하고 있다.
구조적인 저성장 여건 하에 있지만 우리나라는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IT인프라는 실행, 운용 면에서 해외서도 인정받고 있다.
국내 많은 IT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IT수출국인 중국, 중동, 중남미는 한국과 비즈니스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장별로 중국은 우리나라 IT수출 중 약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IT산업 생산 및 수출 전진 기지다. 중국은 내수 시장과 고급 소비재, 스마트 시티 등 새로운 수요를 확대하고 있는 국가로 우리나라 IT기업에 좋은 기회의 땅이다.
중동은 유가 하락에도 여전히 플랜트, 프로젝트 시장이 매력적인 곳이다. 포스트 오일시대를 대비한 사업 다각화 차원으로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의료, IT, 교육, 신재생 등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남미는 자원개발 수요와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다.
◇사회=기자가 현지에 나가 취재한 것과 실제로 해당 국가에서 오랜 기간 비즈니스를 펼쳐온 기업 관계자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수출기업에 3중 시장 진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김문철(알서포트 글로벌사업본부장)=알서포트는 원격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소프트웨어라는 무형의 상품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2001년 회사 설립 후 2009년에 중국 지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중국 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진출 성공사례가 기반이 됐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대륙은 워낙 크고 다양한 소비자층과 기업이 있어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었다. 하나의 솔루션을 가지고 진출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장점인 연구개발(R&D)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 현지에 알맞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현지화에 주력했다.
현재 알서포트는 원격 서비스 분야 중국 점유율 1위다. 중국 내 5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 원플러스 등도 이미 고객사다.
◇김동영(SME네트웍스 대표)=미국이 금융제재를 실시해 모두가 빠져나오고 있을 때 자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보안솔루션으로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이란이라는 시장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다. 벤처기업으로서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말레이시아에 먼저 진출해 현지 파트너에게 자문을 구했다. 결국 이란 시장에 진출해 2012년 전자여권 칩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는 칩 기반 상품을 시작으로 전자주민증 등으로 상품 군을 늘려가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란에게는 적성 국가였기 때문에 제한이 많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막상 진출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환경은 아니었다. 치안 등 문제도 우려됐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듯 큰 탈 없이 사업을 꾸려갈 수 있었다.
◇하찬호(LG CNS 금융/공공사업본부 스마트교통사업부 교통사업2담당 미주팀 부장)=LG CNS는 중남미 시장에 전자정부솔루션과 자동운임징수시스템과 버스관리시스템을 수출한다. LG CNS가 중남미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한 것은 제품 서비스와 현지 투자까지 포함하는 사업이다.
민관협력사업(PPP)으로 계약 기간이 약 15년간 이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작 전 고려할 사항이 많다. 일단 중남미국가 신용도가 약하고 환율이나 경제 침체 이슈가 생기면 경제 기반부터 흔들린다. 이런 구조적인 리스크를 감안해 사업성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 이슈였다.
◇사회=중국, 중동, 중남미라는 나라 특성과 진출 전략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성공적인 진출 전략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김문철=중국 IT 소프트웨어 시장은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웬만한 기술을 가지고 쉽게 중국 현지 파트너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알서포트가 주안점을 둔 것은 높은 기술력과 현지화다.
화웨이 등 중국 유수 기업과 첫 계약을 체결하고,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이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과 계약을 이어가는 단계를 밟았다. 좋은 의미의 ‘도미도 현상’이다. 비즈니스 하나를 제대로 수행하면 2, 3차 계약은 저절로 온다.
중국은 현재 원격 솔루션 시장 태동기다. 태동하는 시장은 누가 빨리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현지에 맞는 마케팅과 현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동영=제재가 있었던 시기에 이란에 진출한 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글로벌 대기업이 연이어 이란 내 사업을 철수하는 공백기를 오히려 기회로 봤다. 이란 시장이라는 한우물만 팠던 전략이 통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 금융제제가 풀린 이후 현재 이란에는 자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다. 이란 장기 국가개발계획에 IT가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이란은 IT분야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IT프로젝트는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많은 중소 IT기업이 도전해볼만한 시장이다.
◇사회=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3중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하찬호=저개발국가에서도 국가 주도 IT프로젝트를 발주할 때는 세계 유명 컨설턴트를 고용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다. 현실적으로 국내 IT중소기업은 기술력에서 한계가 있다. 해외 사업을 수주할 때는 단순 사업 시작뿐 아니라 오랜 기간 유지보수 등 지속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함께 진출하면 시너지가 있다. 상호 정보 공유로 협력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문철=벤처기업이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레퍼런스가 핵심이다. 자국 혹은 타국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지가 중요하다.
대기업과 컨소시엄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어떤 대기업과 함께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더라도 프로젝트는 대기업 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 공은 묻히거나 아주 작은 부분이 그칠 수 있다. 보다 상생할 수 있는 시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한상곤=KOTRA에서 지원해주는 기업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KOTRA에서는 컨소시엄을 이뤄서 대기업과 우수 중소기업이 협업해 동반 진출하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중소, 중견기업인을 만나 해외 진출 애로사항 등을 듣고 개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 중소 유망 IT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을 도전할 수 있도록 무역관 등을 통한 현지 정보제공을 강화할 생각이다. K-글로벌, 수출 로드쇼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3중 시장은 인구수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졌다. 현지 시장에서 비즈니스하면서 느꼈던 국내 기업 진출 유망 분야나 진출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동영=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은 IT와 바이오로 요약된다. 많이 생각하는 자동차 분야는 우리 기업이 오랜 기간 공들여 해외진출을 진행해온 만큼 이젠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이란에 진출해 있는 해외 기업 대다수가 자동차 관련 기업이다. 약 40%는 자동차 기업이다. 향후 이란시장에서는 IT, 건설, 바이오 분야가 유망하다.
◇하찬호=중국과 일본 등에서 중남미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진행하는 중남미 투자건과 비교해서 스케일이 다르다.
특히 중국은 엄청난 자본력을 기반으로 정부, 커뮤니티 문화권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느리다. 중남미 국가 환율이 출렁거리고 있는 만큼 국가 혹은 기업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완화하면서 사업성을 도출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김문철=어떤 사업성을 가지고 어떤 시장에 공략하는지를 잘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 시장은 트렌드가 있기 마련이다.
중국을 예로 들면 스마트시장이 한창 떠오르고 있다. 단지 기술력 하나로 공략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많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도 여러 개로 분할해 특징을 파악하고 현지화를 기반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눈에 안 보이는 상품이기 때문에 더욱 현지화를 제대로 해내는 게 중요하다.
◇김동영=현지에서 느낀 것은 이란 국민은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이 90% 가까이 나왔다. 테헤란에 가도 삼성, LG간판이 제일 잘 보인다. 심리적으로나 거리적으로 멀다고 느껴진 이란이라는 시장도 집중해서 전략을 짜고 도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상곤=3중 국가의 미래 산업 육성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IT산업 진흥책이 포함돼 있다. KOTRA는 해외 국가 지역, 산업별로 우리기업이 어떤 식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각 상황에 대응하는지를 총망라해 정리한 ‘진출전략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IT산업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새로운 사업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새해는 로봇, 핀테크, 전자정부, 정보보호 등 신규 먹거리 분야 수출 지원을 위해 외부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3중 경제외교 성과를 확산시켜 이를 새로운 국내 기업의 수출 동력으로 안착시켜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