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UNSW) 과학자들이 사상최초로 실리콘칩을 이용한 2비트 양자컴퓨팅을 실현했다.
연구진은 인(燐)원자(phosphorous atom)에 있는 한 개의 전자와 한 개의 핵을 사용해 이같은 개가를 올렸다.
뉴사우스웨일즈대(UNSW)공대학보는 지난 달 6일 이 대학 안드류 드주락 교수와 메노 벨드호스트교수가 있는 연구팀이 이같은 성과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초로 실리콘 양자컴퓨터를 현실화하기 위한 장벽을 극복했다는 의미다. 이는 10월 5일자 네이처지에 게재됐다.
실리콘칩에서 양자비트(큐빗)를 이용해 실제로 계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학 연구진은 이를 시연하기 위해 두 개의 큐빗 사이에서 계산을 수행할 ‘양자로직게이트’ 소자를 만들었다. (큐빗이란 양자컴퓨터의 기초 정보단위로 기존 컴퓨터에서 0과 1로 표시되는 비트와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비트 사용시보다 더 많은 정보를 쓰고 계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에서 가동될 어떤 앱, 또는 SW프로그램도 1큐빗 또는 2큐빗의 계산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2개의 큐빗으로 정보를 소통시켜 계산을 수행토록 할 수 없었다.
이 신문은 “연구진의 이번 성과로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기본 토대(building blocks)가 만들어졌으며, 컴퓨터공학자들은 이제 실리콘 속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 성과에 기반한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지면 엄청나게 빠른 연산속도를 기반으로 거대 DB검색,제약,보안,국방,재무,헬스케어 분야 등에서 엄청난 효율성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얽힘현상에 기반해 큐빗 코드 만들었다.
이같은 혁신적 성과는 상업용 초고속 컴퓨터 제조의 길을 열어준 첫번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실리콘칩 속에 양자얽힘 현상에 기반한 2개의 양자비트 코드를 만들어 기존 방식보다 더많은 정보를 훨씬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는 양자컴퓨터 실현 여부에 대한 그동안의 의문을 말끔히 해소한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양자얽힘현상은 하나의 입자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와 상관없이 즉각 그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치면서 정보가 교환된다는 현상을 말한다.
안드레아 모렐로 UNSW전기공학과 교수(양자컴퓨팅 및 통신센터)는 “이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유령같은 원격작용’이라고 부르면서 당혹스러워했고 의문시했던 유명한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은 양자얽힘 현상에 회의적이었다. 이는 객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즉각 영향을 받을 수 없다는 이른바 ‘로컬리티(locality)’ 원칙과 상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어느 공간영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빛보다 빠르게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호주과학자들이 실리콘칩을 사용해 이같은 양자컴퓨팅을 증명한 것은 지난 80년간 물리학자들을 괴롭혔던 난제를 푼 혁신적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모렐로 교수는 “이제 우리는 이 양자코드(큐빗)를 노트북이나 휴대폰속에 들어있는 실리콘칩 소자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전자공학의 진정한 승리다”라고 말했다.
■상용 양자컴퓨터 제조 길텄다
호주연구팀의 양자컴퓨터 접근방식은 기존 실리콘칩 트랜지스터의 비트를 이용하는 연산방식을 양자를 이용한 큐빗방식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험을 주도한 이 대학 앤드류 드주락 교수는 “기존 컴퓨터 칩 소자에 사용되는 것과 똑같은 소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설계 방식보다도 양산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방식은 오늘날 컴퓨터업계에서 사용하는 칩 제조방식과 똑같은 기술에 기반하기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를 보다 쉽게 실현시켜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개발한 2큐빗 실리콘 양자 컴퓨터소자는 이 대학내 호주국립조립시설에서 만들어졌다.
드주락교수는 최근 이 칩설계에 따른 수백만 큐빗의 완전한 양자컴퓨터칩 설계에 대한 특허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함께 완전한 규모(full scale)의 양자프로세서칩을 만들 칩업계의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팅의 이점
기존 실리콘칩에서는 전통적인 비트를 통해 연산이 이뤄진다.
이 코드는 항상 0, 또는 1로 표현된다. 통상 각 비트는 한쌍의 트랜지스터에 저장된다. 물리적으로 말할 때 각 비트는 스위치가 켜져 있거나 꺼지면서 정보를 연결하거나 끊게 된다. 스핀이 위로 향한 전자는 0을 표시하며, 반 시계방향 또는 아래로 향한 스핀은 1을 표시한다.
하지만 양자영역에서는 달라진다.
입자는 독특하게도 동시에 두 개의 다른 상태로 존재한다. 이는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현상으로 불리는데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풀어줄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이 대학 연구진의 양자컴퓨터칩 설계 방식에 따르면 데이터는 각 전자의 스핀에 코딩(부호화)되고, 기존 실리콘칩과 거의 같은 소자에 저장된다. 이들 개별 스핀 소자가 큐빗이다.
■양자얽힘현상(quantum entanglement)이란?
양자역학에서 서로 얽힌 입자들은 서로 연계돼 있다 따라서 한쪽의 움직임은 다른 쪽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간에 그 입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만일 서로 얽힌 한쌍의 입자에서 위로 회전하는 하나의 광양자(photon)가 측정됐다면 이로 인해 다른 쪽 입자는 (이 입자가 세상의 정 반대편에 있더라도) 즉각 아래로 회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은 너무나도 짜증스런 것이어서 아인슈타인조차도 “유령같은 원격 활동(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는 그의 생각과 달리 정보가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