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이후 신형 디젤차가 북미 시장에서 사라졌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다가 낮은 유가, 가솔린 연비향상 등이 주원인이다. 가솔린차에 우호적인 미국 특성도 북미 시장에서 디젤차 생존을 위협한다.
18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오토쇼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미디어와 업계를 대상으로 북미 시장 겨냥 전략 제품군을 소개했다. 디젤차는 전면 배제했다. 지난해 같은 전시회에서 폭스바겐은 물론 쉐보레·아우디·BMW 등 주요업체가 픽업트럭부터 세단까지 디젤 자동차를 선보였다. 올해 전시장에서는 디젤 승용차 자체가 사라졌다. GMC 대형 픽업 트럭 정도가 눈에 띄일 정도였다.
폭스바겐 사태가 일어난 곳이 미국인만큼 신규 디젤 차량은 북미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디젤에 적극적이었던 BMW는 전기차와 가솔린 차량만을 소개했으며 BMW벤츠도 플래그십 SUV를 소개하면서 가솔린 버전만 발표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폭스바겐 미국법인 마이클 혼 CEO는 신차 발표 행사 절반을 사과와 고객 보상방안 설명에 할애했다. 전략 발표는 폭스바겐이 디젤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전략을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가솔린 엔진 파사트를 가족중심적인 차로 강조했다. 전기차 GTE스포츠 모델도 선보였다.
LA현지에서 기자들은 폭스바겐 신차 전략보다 디젤 TDI엔진 관련 사태 해결을 집중 보도했다. 새로운 비틀 옆에서 사진촬영을 하던 혼 CEO는 질문을 위해 달려든 기자들에게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마이클 혼 폭스바겐 미국 CEO는 “첫 번째 보상책인 500달러 기프트카드와 무료 로드사이드 서비스에 고객 12만명이 등록했다”며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이외에도 포르셰와 아우디도 디젤 의혹 부분에서 납작 엎드렸다.
델테브 본 플라텐 전 포르셰 북미법인 CEO는 “디젤 SUV 카이엔의 인기가 높았지만 미국 환경보호국(EPA)과 캘리포니아대기자원위원회(CARB)가 포르셰 디젤차량에도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포르셰는 한시적이지만 자발적으로 디젤 3.0리터 TDI 북미 판매를 중단했다”며 “예약도 받지 않고 이러한 모든 의혹이 사라질 때까지 EPA와 CARB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향후 전략 자동차 방향을 친환경 쪽으로 틀었다. 아우디는 2018년형 전기차 모델까지 소개하면서 전기차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발표했다. 아우디는 2025년까지 신차 25%를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폭스바겐 사태를 일으킨 디젤차는 대부분 유럽 자동차메이커가 만들었다. 미국은 유럽 디젤차에 맞서 가솔린차에 집중해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 특성상 디젤차 위축이 더 두드러졌다고 관측했다.
LA오토쇼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가 단 시간 내에 자리를 잡기는 힘들고 디젤 사태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시장은 가솔린 연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동원될 것”이라며 “저유가로 인해 유가 부담은 없지만 배기가스 규제 때문에 연비를 높이는 기술 개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