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칼럼]아인슈타인도 상상못한 양자컴퓨팅 시대..

[안병익 칼럼]아인슈타인도 상상못한 양자컴퓨팅 시대..

검은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이 상자 안에는 방사능 입자가 있는데 방사능 입자를 방출할 확률은 50%이다. 검은상자는 방사능입자가 검출되면 망치로 유리병을 깨뜨려 독극물이 나오게 되어 있다. 과연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죽었을까? 상자를 열어서 고양이를 볼 때까지는 고양이는 살아 있을 수도 있고 죽었을 수도 있다. 양자역학을 불확정성을 설명하는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다. .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양자컴퓨팅(퀀텀컴퓨팅•Quantum Computing)`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글과 NASA는 오래전부터 디웨이브(D-wave)사의 양자컴퓨터를 도입한 연구소를 운영하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인텔은 최근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및 연구기관들과 함께 향후 10년간 양자컴퓨팅 분야를 연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IBM도 수퍼컴퓨터 연구를 발전시켜 양자컴퓨팅 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검색엔진을 만들겠다고도 선언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하여 대용량의 데이타를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지금의 컴퓨터보다 수천 배 이상의 처리속도가 향상될 수 있다.

뉴턴 물리학의 주요 패러다임은 물질은 최소 단위인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의 의식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의 산물이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분리되어 있어 두 개의 독립적인 개체는 어떤 신호를 통해서만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우주는 정확한 역학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로 생각되었다. 뉴턴 물리학의 패러다임은 지난 300년간 이어오면서 대부분의 일상 생활 속에서 잘 들어맞는 적합한 모델로서 과학기술이 진보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의 운동과 우주 행성의 운동 법칙을 설명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으며,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일에도 뉴턴 물리학이 사용 되었다.

그러나 20세기가 들어서면서 빛과 소립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뉴턴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실재(reality)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발견하게 되었다. 1900년 초 막스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은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이것이 양자 물리학의 시작이었다.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모두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 이론을 통해서 양자역학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양자역학을 매우 싫어했고 죽을 때까지 이를 의심했다고 한다. ‘양자’라는 것은 마이크로 세계의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마이크로 세계에는 고전적인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마이크로 입자의 움직임은 멋대로고 물리 법칙을 통해서는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을뿐 아니라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어렵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할을 왜 불신했을까? 그것은 양자역학이 가지고 있는 우연과 불일치성, 확률의 개념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세계는 결정론과 인과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할을 불신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물리학자인 리차드 파인만은 “양자 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으며, 닐스보어는 “양자 역학을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양자 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양자 역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렵다.

양자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얽힘(entanglement) 현상`이다. 두 실체는 늘 상호작용을 하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두 실체가 광자든 원자든 아니면 먼지 티끌, 물체 또는 사람처럼 원자로 이뤄진 큰 물체도 마찬가지다. 얽힘 현상은 이 실체들이 그 밖의 다른 어떤 것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발생한다. 입자의 운동은 얽힘 현상의 지배를 받는다. 얽힘 현상은 그 입자들이 상호작용을 할 때 시작되고 얽히게 되면 입자들은 더 이상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서로 아무리 떨어져 있더라도 한 입자를 잡아당기거나 측정하거나 관찰하면, 마치 온 세상이 둘 사이를 잇기라도 한 듯 다른 입자도 즉시 반응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다.

양자컴퓨팅은 1982년에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얽힘이나 중첩(superposition)현상을 활용한다. 기존 컴퓨터에서 정보의 기본단위인 비트의 상태는 0 아니면 1이다. 그러나 양자비트 또는 큐비트(qubit) 라 불리는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0 과 1 두 개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사실 두 개가 아닌 수십개, 수백개의 상태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중첩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개의 큐비트는 4개의 상태 (00, 01, 10, 11) 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얽힘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3개 큐비트가 얽힐 때는 8 개, 4 큐비트는 16 개의 상태를 동시에 갖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개의 상태에 있을 수 있고, 동시에 모든 상태에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와는 달리 동시에 수많은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0과 1을 번갈아 선택하는 이진법 기반 컴퓨팅 방식이 아닌 여러 컴퓨터가 0과 1이 동시에 반응하여 연산하게 하는 새로운 컴퓨팅 장치가 필요하다. 컴퓨팅의 속도가 비트가 아니라 큐비트로 측정되는 새로운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응용한 암호방식인 양자암호(Quantum Cryptography)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양자암호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응용한 암호화 방식이다. 양자의 중첩상태를 이용하여 0과 1의 양쪽 값을 동시에 취하는 성질을 암호화에 이용한 기술이다. 또한 먼 거리에 있는 두 곳끼리 양자얽힘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결어긋남(Decoherence) 현상이 일어나는데, 양자얽힘이 소실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술도 연구가 활발하다.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현 시점에서 양자컴퓨팅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양자컴퓨터는 종전의 컴퓨터보다 처리량과 속도측면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지금의 슈퍼컴퓨터가 100년에 걸쳐 계산해야 할 것을 단지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다. 따라서 전세계 기업들과 학자들은 이런 양자컴퓨팅이 열어줄 미래 세상에 대하여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속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빅데이터, 기상이변, 우주현상, 생체정보, DNA 등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들을 훨씬 빠르게 처리 및 분석할 수 있다. 튜링머신으로 출발한 지금의 컴퓨터가 바꾼 인류의 발전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아마도 양자컴퓨터는 지금의 컴퓨터, 그 이상의 변화를 인류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양자컴퓨터가 만들어 가는 미래의 세상! 자못 궁금하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안병익 주식회사 씨온 대표

국내 위치기반 및 소셜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LBS산업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 박사로 KT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1998년 사내벤처를 시작으로 2000년 LBS기업 포인트아이㈜를 창업해 2009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0년 위치기반SNS 기업 (주)씨온을 창업해 사용자 참여형 맛집정보서비스 `식신핫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와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