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까지 김영삼 전(前) 대통령 국가장과 영결식이 이어지면서 잡혀있던 국회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변경됐다. 당초 26일 오후 2시 개최 예정이던 본회의는 오전 10시로 앞당겨졌다. 하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 세부 쟁점에 대해선 23일 오후까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리는 26일 오후 개최 예정이던 본회의를 오전 10시로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인 영결식이 26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국가장으로 거행될 예정”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합의 하에 당일 본회의 일정을 오전 10시로 옮기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6일 본회의 전까지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협의체 가동과 노동개혁 5법,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원 원내대표는 “26일까지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며 “18일부터 가동된 여야정협의체가 오늘(23일)도 회의를 계속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정한 시한인 12월 2일 내에는 예산을 처리해야 한다”며 “11월 30일까지 예결위에서 합의해 2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노동 5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야당의 전향적 수용을 촉구한다”며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야당 협조를 당부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FTA 비준안과 노동개혁법안 심사, 경제활성화법 등 민생현안은 이번 주에 가닥을 잡지 못하면 이번 정기국회는 빈 손 국회로 종료될 운명”이라며 강조했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상주를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최우선이야말로 화합과 통합을 마지막 메시지로 남긴 김 전 대통령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고 정치권이 지켜야 할 도리”라며 “여야는 정쟁과 정치공세를 멈추고 국민만 바라보며 당면한 민생경제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대부분 일정을 취소하고 김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도 대여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이고 정치는 없다’고 박정희 정권 행태를 비판했는데, 최근 박근혜 정권에도 그런 예감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역사 왜곡에 가장 앞장서는 여당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자처할 수 있는지 한 번 돌아볼 일”이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판했다.
야당은 이날 열린 한중 FTA 3차 여야정협의체에서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마치 시한폭탄을 얘기하듯 그런 식으로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야당을 들러리 세우는 토론이나 협의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최대 내부 현안인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계파 간 내홍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안철수 전 대표 입장 발표도 영결식 이후로 연기되는 등 정치 시계가 늦춰지고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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