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사람들 사이에서 필수 준비물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구글이라고 한다. 웬 검색엔진 얘기인가 싶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구글은 이미지 번역기다.
구글 이미지 번역기는 이미지로 된 텍스트를 스캔하면 그 뜻을 우리말로 바로 해석해 보여준다. 영어는 물론이고 타이핑이 불가능한 중국어나 스페인어 같은 외국어까지도 번역이 가능하다. 외국어에 능숙하지 않아 가이드 동반 여행만 줄곧 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제 자유여행 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기존에 작성된 수기 문서를 별도 입력 작업 없이 디지털 데이터화해 컴퓨터 저장 파일로 변환시켜주는 편리한 소프트웨어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수기 문서도 편리하게 빠른 시간 내 디지털로 전환된다.
사람 손을 일일이 거치자면 시간도 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되는 업무들을 저비용 고효율로 처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이 소프트웨어는 기업 문서관리에 혁신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과학자나 개발자의 전유물로 생각해 나와는 먼 이야기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PC와 모바일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소프트웨어는 이제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업무와 가정, 취미 생활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 들어선 셈이다.
이처럼 사회생활에서 소프트웨어 중요성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 상황과 개발자 환경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수년 전부터 ICT 강국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ICT 한 영역인 하드웨어 시장에 한해서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에 견주어 지극히 작다.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순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이 나오는 현 시대에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소프트웨어 전반 인식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불법복제를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등 왜곡된 시장 구조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 가치를 존중함으로써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자 환경이 싫어서 미국 등 선진국으로 탈출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핵심인 개발자가 가족과 친숙한 일자리를 떠나 낯설고 머나먼 선진국에서 행복해하는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이 ‘한국의 사장된 기술과 아이디어’를 모아서 상상력과 결합·개발된 혁신적 제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 소프트웨어 기술 가치와 활용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 존재하는 우리의 우수한 소프트웨어가 가치 있게 활용되고, 세계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드디어 소프트웨어 주간 막이 오른다. 국내 우수 소프트웨어가 선보이는 홍보와 교류의 장, ‘2015 우수 소프트웨어 전시회’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술 우수성과 우리 소프트웨어 발전 가능성을 모두가 확인하는 인식 제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소프트웨어진흥단장(tykim@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