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재차 깨달았다. 관료 시절에도 그랬지만, 민간인(?)으로 변신해도 마찬가지다. 오랜 관료 생활로 인한 신중함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천성이 그런 듯 하다. 나봉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 부회장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흔한 미사여구도 쓰지 않는다.
지난 8월말 KTOA 부회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중함 그 자체다. 좋은 계획을 세웠느냐는 질문에 “열심히 해야죠”라고 응수한다.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무엇이든지”라고 했다.
나 부회장은 지난 1986년 행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 체신부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요직을 두루 거쳐 정보통신에 관해 정통하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나 부회장이 30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말이 아닌 실천을 우선했지만, 본인을 드러내지 않은 한결같은 모습을 견지했다고 한다.
조용한 성품이지만, 일은 똑소리 나게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4년 당시 정통부 방송위성과장으로서 미국 방식과 유럽 방식을 놓고 4년을 끌어온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고, 회의보다 토론을 즐기는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지 모를 일이다.
나 부회장은 KTOA에 합류하며 “정체된 통신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고, 회원사인 통신사의 권익을 드높이고, 국민의 통신서비스 이용편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KTOA에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준비를 지시한 이유다. 정보통신의 지속성장을 위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소신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나 부회장은 역대 KTOA 부회장이 갖지 못한 남다른 경쟁력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관료 시절 주중 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남다른 이해력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 부회장은 “거대 시장이자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한 중국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분석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KTOA 안팎에서 본인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고 하자,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무미건조(?)한 말이지만, 나 부회장이 내놓은 말이라 무게감을 느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