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로스팅할 때 나는 맛있는 향의 원인이 되는 화합물 ‘멜라노이딘’을 항암치료나 지방흡입과 같은 성형수술에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세광 포스텍(POSTECH)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김철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 이민영 삼성종합기술원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생분해성 광음향소재 멜라노이딘을 합성, 광음향영상과 광열치료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 세계적 권위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아미노산과 당의 메일라드(Maillard)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멜라노이딘은 흔히 식품 가공이나 저장과정에서 생겨나는 물질로 항산화작용이나 암 예방 물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물질에 빛을 쐬면 음파가 생성되는 광음향 특성이 나타나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으며 이 물질을 이용해 암전이와 관계된 림프절과 내장기관 의료영상을 촬영했다.
또 멜라노이딘이 빛을 받으면 열을 내는 광열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응용해 동물실험을 통해 상대적으로 열에 약한 항암조직을 괴사시키고 빛으로 지방조직만을 녹여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인체에 무해한 생체고분자인 멜라노이딘을 이용해 광음향 영상을 촬영하면 멜라노이딘 자체가 생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X선 영상촬영이나 MRI와 같이 조영제를 이용하는 의료영상촬영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항암 광열 치료뿐만 아니라 지방조직을 절개 없이 제거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최근 활발하게 시술되는 지방흡입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세광 교수는 “멜라노이딘을 투여 후 빛을 이용해 의료영상 촬영이나 광열치료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새로운 포토메디슨 기술 상용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한 교수팀은 다양한 나노의약용 생체재료 개발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용화 연구로 2015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