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중국 현지에 300㎜ 웨이퍼 생산 공장을 건립한다. 중국 팹리스 반도체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8일 TSMC는 중국 난징에 300㎜ 최신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을 짓기로 결정하고 대만 경제부 투자위원회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차 투자는 웨이퍼 투입 기준 월 2만장 규모로 이뤄진다. TSMC는 난징 공장에서 최신 16나노 핀펫(FinFET) 공정 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첫 양산 시점은 2018년 하반기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중국 반도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난징에 300㎜ 공장을 건립하는 것은 현지 고객사 지원과 회사 성장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TSMC는 중국 상하이에 200㎜ 공장 ‘팹10’을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선 350나노, 130나노 칩이 생산되고 있다. 중국 내 300㎜ 공장 건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한 대만 경제부는 자국 업체가 중국에 300㎜ 공장을 설립하겠는 것을 불허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 규제가 완화됐다. 대만 업체는 중국 현지에 300㎜ 반도체 공장을 세 곳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창 회장 등 대만 산업계 유력 인사는 “중국 투자를 허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규제 완화로 대만 반도체 업계 중국 진출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TSMC에 앞서 대만 파워칩도 중국 허페이시에 300㎜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합의한 바 있다.
TSMC 투자를 유치한 중국은 계획보다 빨리 10나노대 시스템반도체를 자국에서 양산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가 작년 6월 발표한 ‘국가IC산업발전추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20년 14·16나노 시스템칩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하이실리콘, 스프레드트럼 등 중국 현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는 자국 내에서 생산된 칩을 수급받음으로써 공급망 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중국 내 파운드리 산업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중국 본토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TSMC와 차세대 공정 고객사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중국 고객사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그간 반도체 수입액이 석유 수입액보다 많다며 강력한 자급률 확대 정책을 펼쳐왔다”며 “현지 공장이 늘어나면 중국 내 반도체 수입액이 감소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