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경남 사천에서 대기업 납품 형태로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던 소기업이 현재 매출 1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 항공부품과 동체를 단독 수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 한국형 히든 챔피언 ‘아스트’ 얘기다.
아스트(대표 김희원)는 200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기 골격재 ‘스트링거’ 분야 분사에 따라 해당 기술진이 독립해 설립한 업체다. 당시 세계 항공산업은 미국 9·11 사태 직후 침체 상태였다. 아스트 분사도 KAI 자구책의 일환이었다.
◇설립 후 독자 공급선 확보 주력
아스트는 설립 후 5년여 동안 하청 납품 위주 사업 형태를 벗어나 독자적이고 고정적 매출 루트 확보에 집중했다.
보잉사 공정인증 획득에 이어 2003년 보잉 B767 패널 부품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보잉은 글로벌 부품 협력사에서 항공기 부품을 조달했다. 국내는 KAI와 대한항공만이 조달 부품 1차 벤더 역할을 해왔다.
보잉과 직접 계약은 안정적 공급선 확보와 매출 확대의 토대로 작용했다. 연이어 B747 BCF(화물전용기) 사업자 선정, 에어버스 SAS인증 획득으로 아스트는 최신 항공기는 물론 항공기 개조 시장까지 진출한다.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2007년은 아스트 도약의 해로 기록된다. 전년대비 매출 2배, 종사자수는 3배 이상 늘었다. 이후 2009년까지 매출 250억원에 1000만불 수출탑 수상까지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2009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아스트에도 타격을 줬다. 주요 고객사인 보잉과 에어버스 발주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
아스트는 고객 다변화 전략 아래 급성장하는 중국 항공기 시장을 공략, 적은 규모지만 생산량과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위기를 극복했다.
고객 다변화 전략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재도약 발판이 됐다. 아스트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외에 글로벌 부품사 스피리트(SPIRIT), 중국 항공기 제조사 SACC, 싱가포르 스타이스(STAIS) 등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 및 동체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2012년 1, 2공장을 증축해 늘어나는 공급 물량에 대응했고 2013년 5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매출 600억원을 돌파하며 기술특례로 코스닥 상장을 이뤄냈다.
◇부품 국산화와 중국 공략 초점
아스트 경쟁력은 독자 기술과 생산력에서 나온다. 현재 항공기 부품을 넘어 고도의 정밀 기술력이 요구되는 동체 조립품까지 생산·공급이 가능하다. 동체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해 자체 생산할 수 있다.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에어버스가 요구하는 품질·공정 관련 대부분 인증을 획득했다. 세계 최대 동체 제작사 스프릿은 1500여개 협력사 중 동체제작 분야 최우수 공급업체로 아스트를 선정했다.
아스트는 보잉의 차세대 기종인 B737 맥스(MAX)의 후방 동체 초기 개발에서 생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중국 항공기 시장에 부품과 동체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장기 성장 가능성은 최근 맺은 대형 수주계약에서 확인된다.
지난달 글로벌 항공기 조립사 트라이엄프와 향후 20년간 4069억원 규모로 항공기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SACC사와 163억원 규모 공급계약도 맺었다. 올해에만 6000억원 계약고에 내년 물량 수주 잔고는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항공기 시장 진출에 이은 공급선 확대는 아스트의 중장기 고속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사례로 꼽힌다.
독자 기술 개발과 품질 인증 획득, 해외 마케팅 등 기업 성장 과정에서 경남테크노파크 등 지역 기업지원 기관의 각종 사업과 과제를 십분 활용한 점도 주효했다.
아스트는 민항기 뿐 아니라 군항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오는 2020년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희원 사장은 “중국 항공기 시장은 10년 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시장에 초점을 맞춰 회사 성장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항공기 동체 토털 솔루션 업체로 입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사천=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